[DBR 경영의 지헤]계산된 사회적 책임 활동, 기업에 손해가 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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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은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게 하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영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CSR가 가격 적정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가중시켜 결국 기업에 손해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독일 보훔루르대 연구진은 1180명의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이들에게 특정 회사의 CSR 활동을 자세히 설명해준 뒤 그 회사의 CSR 참여도를 평가하게 했다. 또 해당 기업이 CSR에 참여하는 이유가 순수하게 이타적인 동기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회사를 위한 전략적인 동기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마지막으로 그 회사 제품의 가격 적정성에 대해 질문했다.

 연구 결과, 기업이 이타적 동기에서 CSR 활동에 참여한다고 믿는 응답자의 경우 CSR 참여도가 높은 기업에 대해 제품 가격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회사가 전략적 동기에서 CSR에 참여한다고 생각한 응답자의 경우, CSR 참여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가격에 대한 불만이 컸다. 후자의 경우 CSR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연구진은 더 나아가 170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 CSR가 전략적인 이유로 행해진다고 믿는 소비자들은 기업이 CSR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제품의 가격을 올릴 것이며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부담으로 연결된다고 응답했다. 기업이 CSR에 집중할수록 가격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CSR 비용을 제품 가격 인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음을 적극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광고비 지출을 줄인다든가 임원진의 연봉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CSR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한다고 홍보한다면 소비자들은 가격 적정성에 큰 의문을 제기하지 않게 된다. 또 기업이 CSR를 이타적 동기에서 실시한 경우에만 기업에 득이 됐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들은 특정 기업의 CSR 활동이 순수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인지, 전략적 계산에 의한 것인지 늘 판단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수경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sookyungkim@korea.ac.kr
#사회적책임#기업#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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