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박정수]청년수당 되짚어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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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지역사회, 기업, 정부의 역할에 따라 나라는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 복지 서비스는 과거엔 민간의 몫이었다. 가족과 마을공동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복지서비스가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산업혁명, 정보기술(IT) 네트워크 혁명, 인공지능(AI) 혁명을 거치며 마을공동체는 해체됐고 복지서비스는 정부의 몫이 됐다.

정부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어떻게 나뉠까. 지자체는 경제력과 재정 여력이 각기 다르다. 중앙정부가 표준화된 국가 단위의 복지서비스를 만들어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지역 간 경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에 대한 우려로 정부는 사회보장위원회라는 조정기구를 만들고 지자체가 새로운 복지 서비스를 만들 때 중앙정부와 사전 협의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서울시의 청년수당 프로그램도 불허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에 불복하고 청년수당 지급을 강행했으며 보건복지부는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직권취소 결정을 내렸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분절적, 산발적인 사회보장 사업을 하면 사회보장제도 간 연계성이 떨어진다. 사회보장사업은 많아지지만 각종 중복 사업으로 제도의 비효율이 발생할 수도 있다.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은 결국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서울시의 청년수당 예산안 의결과 지급 강행이 불법이라고 판단한다. 서울시는 사법부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서울시의 청년만 아픈 것이 아니라는 점, 청년수당을 받는 3000명만이 아픈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를 감안할 때 저소득층 청년을 위한 취업 지원 정책은 지자체의 추가적인 서비스를 통해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국가가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해야 하는 사회보장사업이며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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