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이성규]한국은 몽골을 도와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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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단국대 몽골학과 교수
이성규 단국대 몽골학과 교수
몽골은 우리와 인연이 많은 나라이다. 상고시대에는 ‘흉노’란 명칭으로 고조선과 협력해 한나라를 견제했으며 삼국시대에는 ‘설연타’란 이름으로 고구려를 도와 당나라를 물리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후 원이 고려를 부마국으로 삼아 지배하기도 했지만 조선 초기에는 명나라를 같이 치자는 문서를 보내오기도 했다. 독립운동가 김규식 선생은 몽골을 거쳐 러시아로 갔고 몽골 왕의 주치의도 한국 사람이었다. 1990년대 노태우 대통령이 북방정책을 추진할 때 사회주의 국가 중에서 우리와 최초로 수교한 나라도 몽골이며 북한의 독재를 비판한 나라도 몽골이다.

몽고점이 있는 민족, 우리처럼 씨름을 최고의 스포츠로 여기는 사람들, 활쏘기와 말 타기에 능숙한 민족인 그들이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우리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세계 10대 자원부국으로 구리와 석탄이 무궁무진해 매년 10% 이상의 경제성장을 유지하던 몽골이 최근 경제 불황과 중국의 대기오염 억제책으로 석탄을 팔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은 일본을 비롯한 몇몇 국가의 원조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 이런 어려움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몽골은 이원집정부제 국가로 대통령이 외교와 국방을 담당해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달 전에 몽골의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번에는 박 대통령이 몽골을 방문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에 참석한다. 이후 몽골을 국빈 방문해 엘베그도르지 대통령과 다시 만나 협력을 더욱 다질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모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유라시아 벨트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몽골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인 인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박 대통령이 5년 전 몽골을 방문했을 때 당시 정권을 잡았던 인민당이 이번에 새 정부를 구성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로서는 기회가 된 셈이다.

그동안 한국은 개발도상국 개발 원조사업(ODA)의 상당액을 몽골에 지원했고 지금도 최고 수준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몽골은 자원부국이 겪는 네덜란드병을 앓고 있어 일반 서민들은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몽골의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으로 나가려 한다. 한국은 몽골의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국가다. 그러나 양국 사이에는 상호 비자면제, 항공편 증편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이번에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1990년 몽골에서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러시아가 몽골을 떠났다. 러시아가 떠난 자리를 한국이 메울 것으로 믿었던 몽골은 시간이 지나며 우리에게 실망했다. 그랬던 그들이 우리에게 다시 손을 내밀고 있다. 오랜 친구의 부탁은 들어주는 것이 예의다. 오래전부터 몽골과 한국은 서로 이웃하며 도와주었고 그 전통은 이어져야만 한다.
 
이성규 단국대 몽골학과 교수
#몽골#개발도상국 개발 원조사업#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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