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조선 3사의 생색내기용 ‘임금반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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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감’보다 능동적으로 보이지만 거부할 권리 있고 퇴직금도 유리

정민지·산업부
정민지·산업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 임직원들은 자구계획에 담긴 인건비 절감 방안에 따라 조만간 액수가 확 줄어든 월급통장을 받아들게 된다.

삼성중공업은 임원·부장은 이달부터, 차장·과장은 다음 달부터 임금 일부를 반납한다. 당사자들에게 임금 반납 동의서를 받는 절차도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앞서 자구계획안 발표에서 박대영 사장은 임금 전액, 임원은 30%, 부장 20%, 과장 15%, 사원 10%를 반납해 2018년까지 9000억 원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도 이달부터 임원과 사무직의 임금을 직급별로 10∼30%씩 반납하기로 하고 동의서를 걷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임원 40여 명은 지난해 8월 이후 기본급의 10∼20%씩 반납하고 있지만 직원들이 임금을 반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5일 이 내용이 포함된 ‘8대 쇄신플랜’을 밝히고 “환골탈태의 쇄신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그룹 계열사 사장단 7명의 급여 전액을 반납하고 임원 300여 명은 직급에 따라 급여의 50%를 반납하고 있다. 조선 관련 계열사 부장급 450여 명도 급여의 10%를 내놓고 있다. 일반 직원들은 이달부터 고정연장근무와 휴일근무를 폐지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줄였다.

삭감 수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조선 3사 모두 ‘삭감’이 아닌 ‘반납’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삭감이든 반납이든 일단 월급통장에 찍히는 액수는 차이가 없다. 하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반납은 임금을 받은 다음 자진해서 내놓는 것을 의미해 언제든지 반납을 거부하면 원래 임금을 다시 받을 수 있다. 반면 삭감은 한번 깎이면 다시 올리기 복잡하고 퇴직금 산정 기준에서도 그 금액만큼 제외된다. 임원들이 임금을 몽땅 내놓겠다고 하더라도 회사를 떠날 때는 거액의 퇴직금을 챙겨 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반납은 푼돈 버리고 목돈 안 놓치는 방식”이라는 얘기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번 올린 임금과 성과급을 누가 자발적으로 토해내려고 하겠냐”며 “내부에서는 임금 삭감이 아니라 반납이라는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조선 3사가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겠다는 부분은 높이 사겠지만, 이런 속내를 들여다보면 생색내기에 가깝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 같다.

정민지 산업부 jm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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