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문화재 재난, 사후복구보다 사전예방이 중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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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문화재청 차장
김종진 문화재청 차장
‘함께 하는 유비무환, 우리 역사를 지킵니다’는 2월 문화재 방재의 달을 맞아 문화재청이 정한 슬로건이다. 문화재에 닥칠 재난에 대비해 모두 힘을 합쳐 예방하는 것이 곧 역사를 지키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문화재는 큰 사고를 당하면 본모습으로 돌이킬 수 없다. 아차 하는 순간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보물을 잃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을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문화재를 위협하는 요인은 한층 다양해졌고 예측도 어려워졌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자연재해의 위력은 더욱 커졌고,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한 위험도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문화재는 공공재적 성격이 짙어 개인적 또는 사회적 불만이나 전쟁 등을 빌미로 볼모로 잡히거나 파괴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에 문화재를 보존하는 방법의 틀도 새롭게 전환되고 있다. 뒤늦게 땜질하고 메우는 사후복구에서, 평상시 꼼꼼히 돌보고 유사시 초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여 큰 피해를 막는 사전예방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비상시 누구나 손쉽게 다룰 수 있는 방재 장비의 개발,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갖춘 인력의 배치 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화재의 특성을 고려한 유지 관리도 중요하다. 흰개미에 노출되어 있는 목조 건물은 환기를 자주 하고 군불을 지펴 습기를 없애주면 많은 도움이 된다. 실제 생활하는 환경에서 예방 조건을 조성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이 같은 세심한 관리는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한다.

이처럼 실효성 있는 장비를 설치하고 상황에 유연히 대처할 수 있는 인력을 두어 건강한 보존 관리 환경을 유지하면 문화재의 수명을 연장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2006년 사회적 불만은 품은 한 사람이 창경궁 문정전에 불을 지른 사건이 있었다. 당시 불길을 발견하고 소화기를 잡아 불을 끈 이는 주변에 있던 관람객이었다. 평범한 시민의 관심과 행동으로 소중한 문화재를 지켜낸 것이다. 얼마 전 아산 외암민속마을에서 자율소방대를 주축으로 주민들이 재난대응훈련을 치러낸 것도 주목할 만하다.

문화재는 오늘날 우리의 정신과 문화를 지탱하는 근간이자 후손에게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기도 하다. 선조가 물려준 값진 선물을 허망하게 잃어버렸다는 죄책감과 자괴감은 그 잘잘못을 떠나 오롯이 우리가 감내해야 할 몫이다. 문화재 재난 예방에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이유이다.

김종진 문화재청 차장
#문화재재난#문화재#사후복구#사전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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