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함께 지지고 볶는 공존의 무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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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에 일터가 있다면 마주치는 사람 대부분은 여행객일 것이다. 이들과 한두 마디 건네는 재미도 쏠쏠한 게 내 직업의 장점이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단골이 된 타지의 손님들이 다시 전주로 찾아오면 이보다 더 보람된 일이 없다.

나에게도 특별한 단골 친구들이 있다. 처음엔 혼자 호기심에 와서 한두 가지 음식을 먹으며 말문을 트고 때로는 고민상담도 하며 친분을 쌓아온 이들이다.

가끔씩 연애상담을 하더니 갑자기 여자친구를 데리고 온 마술사 은서, 학교를 땡땡이 치고 와서 ‘삼촌 밥 주세요!’를 외치더니 학교를 중퇴하고 번역해 모은 돈으로 인도에 놀러갔다가 아예 인도로 유학 간 지리산 산골소녀 자매인 두례와 두메, 휴가 때 어김없이 찾아오고 굴 철이 되면 통영 굴을 보내주는 울산의 형욱이, 우리 집 볶음밥이 제일 먹고 싶다고 해서 서울에서 전주까지 찾아와 볶음밥을 공수해 간 하율이네 가족…. 그들 외에 단골이라기보다 식구와 같은 분도 많다.

그중에서도 동한이. 그는 항상 ‘멋진 차’를 타고 다닌다. 그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대부분 한 번씩 바라본다. 묘한 매력을 지닌 그는 두 발이 아닌 네 개의 바퀴로 다니며, 한쪽 팔은 숨겨놓고 다른 한쪽 팔마저 의수로 생활한다. 맞다. 그는 장애우다. 처음에 나는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고 뭐든 도와주려 했으며 다른 손님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밝았고 심지어 나를 위로해주고 나를 배려해줄 때도 많았다. 불편한 몸으로 글을 쓰고 여러 친구들을 만나며 소위 ‘사회생활’이라는 걸 불편함 없이 해내고 있었다. 참으로 대견하고 대단했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나는 어느새 동한이의 마력에 빠져들었다. 나는 치킨을 좋아하는 동한이 이름을 딴 메뉴를 내놓았고, 동한이는 우리 가게에 올 때마다 나와 맥주를 나눠 마시며 그간 지냈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한때는 나도 타인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화날 때가 있었다. 서울에서 일할 때 등을 돌이켜보면 그들이 내 모습을 보며 뭔가 소곤거리고 날 평가하는 듯했다. 그럴 때면 나는 시선을 회피했고 어디론가 자리를 옮겨 벗어나려고만 했다. 동시에 내 생각이 옳다고 믿고 지낼 때도 있었다. 두려움이었을 게다. 혹시나 나에 대한 비판이 나를 상처 주지 않을까, 내가 그 상처로 아파하지 않을까 미리 걱정했던 거 같다. 나는 타인과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타인의 시선을 마주하기 시작한 건 어쩌면 전주에 와서다. 나의 가게에 찾아온 손님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때부터였던 것 같다. 오늘도 나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낯선 손님과 이야기하며 웃고 있다. 이게 전혀 어색하지 않으며 심지어 즐겁다. 나는 타인을 평가하는 자가 되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보따리를 하나씩 풀어가며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느끼며 그들과 공존의 무대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필자(42)는 서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전북 전주로 내려가 남부시장에서 볶음요리 전문점인 더플라잉팬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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