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감귤 인심 넘쳐나는 정겨운 삼다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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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대학을 다닌 나는 자연스럽게 서울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직업은 헤드헌터. 전문 경력직을 스카우트하는 일이었다. 회사 소속으로, 또 내 회사를 운영하면서 13년이 흘렀다. 지금은 제주에 정착한 지 4년 되었고 이곳 대학에서 학생 취업과 진로 상담, 기업 섭외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의 회사 생활은 나름대로 패기도 있어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지만 회사의 규모를 키우기가 쉽지 않았다.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내 맘에 들지 않았고, 들이고 싶은 사람은 함께하기로 했다가 마음을 바꾸기도 했다. 돌이켜 보니 내가 좋은 것만 취하려 욕심이 앞섰구나, 당시 회사 규모가 커졌으면 지금 이곳에 내려올 수 없었겠지, 이런 생각도 든다.

그때 회사를 다니던 아내가 둘째를 출산하며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했다. 나 또한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시골 생활을 계획하게 되었다. 처음엔 양평, 가평 등 서울 근교를 찾다가 ‘제주도도 비행기 타면 1시간 거리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함께한 아내가 논문 준비하듯 제주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여행이란 것을 잘 몰랐던 대학생 때, 유럽 배낭여행을 부랑자처럼 한 달 버텨 내니 국내에서의 여행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다.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서울에서 오산, 전주에서 광주까지 등 도보여행도 많이 다녔다. 제주는 서울 생활을 하면서 세 번이나 자전거로 해안도로 일주를 했을 만큼 마음에 담은 동경의 섬이었다. 아내를 설득해 신혼여행도 해외가 아니라 제주로 갔을 정도였다.

지방 이주를 꿈꾸는 40대 중반 내 나이 또래 가장이라면, 고민거리는 대개 비슷할 것이다. 경제 활동, 자녀 교육, 주변 환경…. 여기에 더해 물 건너 섬으로 간다고 하니 양가 가족들의 염려도 있었다. 이런 문제들을 산마루 넘듯 하나씩 해결하고, 결단하고 나서야 거주할 곳을 찾게 되었다.

아내가 “회사를 그만두면 제2의 직업을 찾고 싶다”고 해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곳을 매입할 생각도 했었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먼저 1, 2년 살아보기로 하고 한림읍 금능리의 빌라로 거처를 정했다. 3층에 있는 집이라 창문으로 멀리 비양도와 금능해변의 옥빛 바다가 보이고 한라산도 한눈에 들어왔다.

16가구가 사는 빌라는 마침 사람들이 이주해 들어오는 때였다. 그 가정들은 우리와 비슷한 나이대여서 금세 가까워질 수 있었다. 주변 정보도 나누고 포구 낚시나 캠핑을 함께하며 이웃사촌이 되어 갔다. 토박이 분들도 한 집, 두 집 알게 되었다. 겨울이면 감귤 인심이 넘쳐나고, 텃밭에서 손수 기른 채소를 나눈다.

이곳 생활이 생각만큼 녹록하진 않지만, 두 아이의 웃음소리가 집 안팎을 통통통 굴러다니고 나와 아내도 짬짬이 제주를 누리고 있으니 그 선택에 후회는 없다.

※필자(43)는 서울에서 헤드헌터로 일하다 4년 전 제주시 한림읍으로 이주해 현재 대학에서 진로 상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권오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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