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141곳 ‘전철 사각지대’… 버스 타도 역까지 30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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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
[수도권 기반시설 접근성 분석]전철역-KTX역

경기 김포시에 사는 최선혁 씨(45)는 4년째 매일 왕복 4시간씩 만원 버스를 타고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회사를 오가고 있다. “2012년 김포국제공항을 잇는 경전철이 개통되면 역까지 걸어서 5분 안에 갈 수 있다”는 건설사의 말만 믿고 2011년 김포 한강신도시의 한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한 게 화근이었다.

새 아파트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전철역이!’라던 분양 광고와는 달랐다. 경전철 공사는 2014년에 시작됐고 2018년 말 끝날 예정이다. 최 씨는 “역세권이라는 말에 혹해서 계약했는데, 경전철역이 완공되려면 멀었고 걸어서 5분 거리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많은 건설사가 아파트 및 상가를 분양하면서 ‘역세권’이라고 광고하지만 정작 수도권에서 제대로 된 역세권으로 분류되는 곳은 많지 않았다. 수도권 외곽의 교통 접근성을 높이려면 수도권 환상형 철도 등의 대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수도권 진짜 역세권 동네는 27.2%에 불과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토지이용계획 등을 세울 때 역에서 반경 500m(성인 평균 도보로 7분) 이내 지역을 ‘역세권’으로 규정한다. 동아일보가 20일 한국교통연구원과 서울 경기 인천 1104개 읍면동의 전철 접근성을 조사한 결과, 경기도에서는 8.8%(49곳)만 역세권으로 분류됐다. 전철 접근성은 각 읍면동에서 가장 가까운 전철역까지 잰 직선거리를 성인의 걷는 속도로 환산해 평균으로 계산했다.

접근성이 가장 좋은 곳은 의정부시 호원2동으로 걸어서 전철역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4.07분이었다. 호원2동에는 1호선과 의정부 경전철의 환승역인 회룡역, 범골역이 있다. 성남시 수정구 태평1동(가천대역, 태평역)과 광명시 광명4동(광명사거리역), 부천시 원미구 소사동(소사역) 등도 전철역까지 평균 5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동네로 분석됐다.

반면 역까지 걸어서 1시간 이상 걸리는 이른바 ‘전철 사각지대’가 경기도에서만 전체의 25.8%(141개 읍면동)나 됐다. 화성시 향남읍(176.8분), 김포시 양촌읍(133.2분), 광주시 오포읍(103.9분), 파주시 교하동(61.1분) 등 최근 수년간 아파트 분양이 활발했던 지역들이 여기에 포함됐다. 이들 지역의 경우 버스 등을 이용해도 전철역까지 최소 30분 이상 걸려 철도를 통근수단 등으로 이용하기 어려웠다.

광역교통망인 고속철도 접근성도 마찬가지다. 서울과 경계가 맞닿은 12개 시 249개 읍면동 중 KTX 역까지 대중교통으로 평균 30분 안에 접근 가능한 곳은 46곳(18.5%)에 불과했다. 다만 내년 수서 고속철도 개통으로 KTX 수서역이 문을 열면 30분 이내 접근 가능 지역이 76곳(30.4%)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KTX 동탄역과 평택지제역 등이 만들어져 수도권 남부지역의 고속철도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는 것이다.

지하철망이 잘 갖춰진 서울은 전철 접근성에서 인천이나 경기지역을 압도했다. 서울 종로구 숭인1동(동묘앞역, 창신역)은 지하철까지 걸어가는 데 평균 2.42분이 걸려 전철 접근성이 가장 뛰어났다. 서울지역 423개 동 중 227곳(53.7%)이 전철역까지 걸어서 7분 안에 갈 수 있는 역세권이었다. KTX 역에 대중교통으로 30분 이내로 접근 가능한 지역은 183곳(43.3%)이었다.

○ 난개발 ‘교통의 섬’은 사회갈등 뇌관

도시 전문가들은 철도 및 도로망 체계와 동떨어진 난개발이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교통의 섬’을 만든다고 지적한다. 토지 보상비 등이 저렴하고 주민 민원이 많지 않은 곳을 골라 택지를 개발하다 보니 철도·도로망에서 멀리 떨어진 허허벌판 같은 외곽 지역에 주택이 먼저 들어서게 된다는 것이다. 일단 아파트를 짓고 주민들이 입주한 뒤 대중교통망을 갖추고 전철 연장 계획 등을 검토하는 식의 ‘뒷북 도시개발’도 시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킨다.

최근 서울 반경 50km 안팎의 원거리 지역에 조성되는 신도시가 대표적이다. 장동익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를 조성할 때만 해도 기존 전철노선을 연장하거나 새로 지하철망을 구축해 교통 편의성을 높였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철도망 연계를 고려하지 않은 택지 개발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분양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동탄2신도시(경기 화성시 동탄면)는 전철역까지 걸어서 평균 49.5분이 걸린다. 수서행 고속철도가 개통되는 내년에는 사정이 다소 나아지겠지만 서울 방향으로는 오로지 수서역 한 곳만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버스와 자가용에 의존해야 한다. 김포, 용인, 시흥 등 최근 신도시 개발이 활발한 지역의 상당수가 이 같은 교통 문제를 안고 있다.

이진선 우송대 철도경영학과 교수는 “수도권 개발이 그린벨트 등을 피해 난개발로 진행되다 보니 인구에 비해 교통시설이 부족하고 그나마 있는 철도는 서울 도심으로 향하는 노선 위주로 짜였다”며 “도로 정체를 막고 대중교통 분담률을 높이려면 수도권 외곽지역을 순환하는 환상형 철도 구축 등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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