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켓 뷰]中 인터넷업계 ‘相生 합병’ 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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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호 KTB네트워크 상하이법인장
홍원호 KTB네트워크 상하이법인장
최근 중국 인터넷 업계에서 거센 합병의 바람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10월 8일 중국의 양대 소셜네트워크 업체인 뎬핑과 메이퇀의 합병 소식이 신호탄이었다. 지난달 26일에는 중국의 최대 여행 예약 사이트인 씨트립이 경쟁사 취나얼을 합병한다고 발표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알리바바그룹도 최근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투더우-유쿠를 45억 달러(약 5조2000억 원)에 인수하는 등 대형 인수합병(M&A) 뉴스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이 합병에 대해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과도한 소모전을 끝내고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뎬핑과 메이퇀은 합병 후 중국의 공동구매 부문을 독점하고 영화티켓 및 호텔 예약, 음식 배달 서비스까지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합병 후 회사가치가 150억 달러(약 17조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새로운 거대 인터넷 기업의 탄생이 예상된다. 중국 온라인 여행시장의 선두업체인 씨트립도 시장 점유율 33%의 2위 업체 취나얼과 합병해 중국 여행 업계의 절대 강자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중국 인터넷 업체들은 어떻게 이런 전격적인 합병에 나설 수 있었을까? 최근 합병의 배후에는 거대 인터넷 기업인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이들의 힘과 이해관계가 작용했다. BAT는 인터넷 산업의 생태계를 장악하기 위해 해당 산업의 기업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최근 공급자 과잉으로 시장의 레드오션화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면서 BAT는 무분별한 출혈 경쟁을 지양하고 상호 협력하는 공존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침체된 중국 주식시장의 기업공개(IPO) 분위기로 투자금 회수를 걱정하는 벤처캐피털(VC) 투자사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M&A를 통한 성장 전략이 나오는 것이다.

중국 정부 정책도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고 있다. 독과점이나 다름없는 이러한 합병에 중국 정부는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강력한 자국 인터넷 기업 보호·육성 정책과 규제 완화를 통해 중국 인터넷 업체들은 글로벌 자이언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 20대 인터넷 기업 중 6개가 중국 기업이다. 곧 절반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첫마디가 ‘천하지세 분구필합 합구필분(天下之勢 分久必合 合久必分)’이다. 분열이 오래되면 반드시 단합하게 되고, 단합이 오래되면 반드시 분열한다는 뜻이다. 지금 중국 인터넷 업계는 그간의 치열한 싸움을 정리하고 단합의 시대에 진입했다.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합병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원호 KTB네트워크 상하이법인장
#인터넷#중국#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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