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고객 제일주의’가 빠진 페이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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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산업부
김지현·산업부
9일부터 삼성전자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삼성페이에 신용카드 결제 외 모바일 멤버십 적립 기능이 추가됐다. SPC 해피포인트와 롯데 엘포인트 멤버십, 편의점 CU 멤버십 등 130여 개에 이르는 브랜드의 포인트카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

평소 삼성페이를 쓰는 기자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업데이트를 했는데 유심히 보니 평소 자주 쓰는 멤버십 카드들이 보이질 않았다. CGV와 올리브영 등 CJ그룹 계열 매장에서 적립하는 CJ 원(ONE) 포인트카드를 비롯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멤버십 카드도 지원되지 않았다. 이통사 멤버십 카드는 휴대전화를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장은 갖고 있고, CJ 원 포인트카드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카드 중 하나다.

삼성페이가 앙꼬 빠진 찐빵마냥 국내 대표적인 모바일 멤버십 카드들을 뺀 채로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가 궁금했다. 삼성전자는 “시럽, 클립, 스마트월렛 등 국내 모바일 멤버십 업체들과 연동은 했지만 삼성페이 참여 여부는 각 제휴 업체들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한 모바일 업계 관계자는 좀 더 자세한 배경 설명을 해줬다. 업체마다 자사 멤버십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이나 모바일 페이로 고객을 더 유치하려다 보니 타사의 서비스에 의도적으로 불참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제휴한 시럽도 사실 SK텔레콤 자회사인 SK플래닛 서비스라 정작 삼성페이에 SK텔레콤 멤버십 카드는 빠졌다.

CJ그룹은 “삼성페이가 갤럭시노트5 등 최신 기종에서만 쓸 수 있는 데다 고객 편의 차원에서 큰 메리트가 없어 참여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업계에서는 CJ 역시 자사 멤버십 앱이 있는데 굳이 삼성페이에 좋은 일 시킬 필요가 없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페이로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스타벅스 등 신세계그룹 계열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쓸 수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스타벅스는 자체 앱이, 이마트·신세계는 SSG페이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봇물 터지듯 이어지는 모바일 페이 전쟁 속에 소비자들만 피곤해진 상황이다.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회사별로 일일이 다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오프라인 실물 카드를 들고 다니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각자 다른 셈법 속에 마치 외딴 섬처럼 운영되는 폐쇄적 구조에서 과연 업체들이 외치는 진정한 소비자 편의와 혁신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김지현·산업부 jhk85@donga.com
#삼성페이#페이#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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