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의 따뜻한 동행]남이 가지 않는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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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하면서 번번이 속는다. 명동성당 옆길을 지나면서 ‘남산 1호 터널 정체’라는 전광판을 흘낏 보았지만 터널로 올라가는 길이 한적할 때가 있다. 다른 길로 우회할까 망설인 것도 잠시, 혹시나 하는 기대로 1호 터널로 향한 남산 길을 재빠르게 올라간다. 그러나 굽어진 길을 돌아서자마자 터널 앞이 꽉 막혀 있다. 이젠 빼도 박도 못하고 별수 없이 긴 터널을 기어나가야 한다.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도 교통 상황을 알려주는 전광판보다 당장 내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더 믿고 싶다. 그렇게 알림판의 경고를 무시했다가 나의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여러 번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성공하려면 남들이 다 가는 길로 가지 마라.”

지난달에 만난 한 대학교수는 취업을 상담하는 학생들에게 항상 그 말을 강조한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가려고 하는 길은 편안하고 안전한 길일 수는 있지만 많은 사람이 몰리니까 경쟁이 치열하여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50대 중반인 그 교수는 어린 시절에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를 졸업한 후 공장에 취직했다고 한다. 그리고 월급을 모은 돈으로 스물여섯에 직원 다섯 명으로 창업하여 30년이 된 지금은 직원이 100명이 넘는,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대표가 되었다. 그리고 사업을 하면서 틈틈이 검정고시로 학업을 병행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지난해에는 전임교수가 되었다. 만약 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연봉이 괜찮은 회사원이 되었다면 지금처럼 기업을 일구고 또한 교수를 겸직할 수 있을까? 그는 말했다.

“20대의 청년이 도전과 모험을 하지 않는다면 젊은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많은 청년이 기존의 익숙한 길로 가려고 한다. 그러나 언뜻 보기에 훤해 보이는 길이 앞날까지 보장하진 않는다. 오히려 발이 묶여 오도 가도 못하고 아까운 젊음을 낭비할 수 있다. 반면에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은 거칠고 험할 수 있지만 그래서 나만의 길로 개척하여 더 큰 성취를 얻을 수도 있다.

나의 사무실에서 강남 가는 길은 여러 갈래다. 그런데도 차들이 몰려 혼잡하다는 알림을 무시하고 남산 길을 고집하는 것은 익숙함 때문일 것이다. 한 블록 더 가면 옴짝달싹 못할지라도 말이다. 생각해보면 남들이 다 몰리는 길로 가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는 용기, 그것은 비단 운전대를 잡았을 때만 필요한 건 아닌 것 같다.

윤세영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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