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경대 디자인학부… 푸시, 푸시앤풀 전략 써 국립대 ‘이 계열’ 취업률 1위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1일 14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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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모든 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즘. 놀랍게도 한국은 미국과 일본(연간 각 2만8000여 명) 다음으로 디자이너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다. 한해 2만5000명의 디자이너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졸업 후 일하는 기간이 불과 몇 년에 불과할 정도로 직업 유지기간이 짧고 안정성도 약하다. 그 이유, 과연 뭘까.

“창의에만 치중해 디자인교육을 해온 결과라고 봐요. 경영이나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요구받은 디자인만 만들어 제공하는 종속적인 디자이너에 머무는 거지요. 그러다 보니 직업적 다양성은 물론 직업 경쟁력도 갖출 수가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국립한경대 디자인학부(이공대학) 이경선 교수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있을까. “산업을 주도할 ‘창의창업 디자이너’로 키워내는 겁니다. 멀티미디어와 시각디자인의 융합에 기반한 ‘디자인경영’의 선두주자 양성이 해법입니다. 단순히 서비스만 하던 디자이너를 시장기회의 발굴부터 유통 판매까지 살피고 수행할 전략적 가치창출의 주체로 교육시키는 겁니다.”

이게 이 교수가 이끄는 디자인학부 ‘창의창업혁신사업단’(C-Monovation Center)의 핵심가치다. ‘창의(Creativity)능력’을 기반으로 ‘모노베이션’(독점적 혁신)을 이끌 융합형의 전천후 디자이너를 육성 배출하겠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2014년 교육부의 ‘지방대학 육성 및 대학특성화사업(CK-1)’에 선정돼 정부로부터 5년간 15억 원을 지원받는다. 대학도 올해 1억 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크리에이티브 모노베이션’은 ‘제3의 물결’을 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발전시킨 아이디어입니다.” 토플러 박사는 미래를 이끌 제3의 물결은 조직 내 혁신(Innovation)이 아니라 새 상품이나 콘텐츠를 개발해 시장을 독점할 ‘독점적 혁신’에서 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게 ‘독점(Monopoly)’과 ‘혁신(Innovation)’의 합성어 ‘모노베이션’이다. 미래엔 나만의 독창적 아이디어로 시장을 독점할 상품 혹은 콘텐츠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견해다. 그 예를 우린 이미 보고 있다. 스마트폰과 페이스북, 구글이다.

“맞습니다. 스티브 잡스처럼 모험적인 창의력에 도전적인 기업가정신까지 갖춘 창의창업인재야말로 국립한경대가 추구하는 ‘C 모노베이션 디자이너’입니다.”

그 창의기반의 독점적 혁신디자이너를 키울 요람은 이미 가동 중이다. 한경대 이공대학의 4층 CMCO룸. 지난 연말 여기선 학생들이 2월에 참가할 국제문구박람회 ‘프랑크푸르트 페이퍼월드’에 출품할 카드 등을 제작하느라 분주했다. 거기엔 기발한 디자인의 축하카드 수십 장이 이미 전시돼 있었다.

“멸종동물과 분쟁지역 어린이 등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는 가치지향적인 디자인도 있고, 스마트폰 거치용의 입체카드 같은 실용디자인 등 다양합니다. 독일 전시회에선 자폐장애 작가의 그림으로 만든 카드까지 열아홉 종을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전 세계 바이어를 상대로 시장의 요구와 흐름을 깨우친 다섯 학생의 체험도 큰 소득이지요.”

이 교수는 부스에 전시된 학생들의 디자인 상품에 관심을 보인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일본 등 12개국 바이어와 상담 후 주문을 받았다. 이 상품은 디자인학부의 ‘캠퍼스학생디자인회사(CM&CO·C-Monovation and Company)’가 만들어 유통하고 판매한다. 한경대는 이런 방식으로 산업주도적 창의디자이너를 키워내고 있다.

“CMCO는 실무기회와 사업화 경험을 쌓는 새로운 형태의 교실이자 실험실이지요. 일감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제공합니다. 브랜드상품, 편집디자인, 웹디자인 같은…. 디자인 용역과 개발, 두 팀으로 나누고 지도교수와 전문디자이너로 구성된 멘토의 지원을 받아 실제로 사업을 벌입니다. 운영비를 제한 수익은 전부 학생 몫입니다.”

다른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CMCO 제작실 외에 미팅 룸이 있고 컴퓨터와 프린터 등 필요한 기자재도 구비했다. 학교는 사업비(홍보 제작 전문디자이너의 지도 등) 외에 1인당 50만 원의 특성화 장학금도 제공한다. 올해는 이 학생 회사를 ‘디자인협동조합’이란 독립사업자로 등록시켜 더 적극적으로 사업을 벌일 참이다. 여기엔 전 학년(7개 팀장은 3학년생)이 모두 참가한다.

한경대의 창의창업 교육프로그램이 우수성을 인정받으려면 취업과 창업에서 효과를 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 자체가 특성화사업의 핵심. 이번과 같은 국제박람회 참가는 ‘창의창업’ 실현을 위한 교육수단이다. 올해는 홍콩 일본의 생활용품 및 문구박람회, 10월의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와 해외독립영화제에도 학생들을 계속 보낸다. 현장 활동 전문가를 초빙해 실무와 트렌드를 파악하는 디자인세미나(정규교과목)와 창의창업 워크숍(비교과)이 이런 활동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취업률도 높습니다. 전형적인 푸시(Push)전략 외에 풀(Pull)과 푸시앤풀(Push and Pull) 취업전략을 동시에 추진한 덕분이지요. 2011년엔 66.2%로 19개 국립대학 디자인계열 중 1위였고(대학정보고시), 이듬해에도 2위(62.2%)를 차지했습니다.”

취업전략에서 ‘풀’은 ‘당기다’는 뜻 그대로다. 산업체 대표를 학교로 초청해 그 자리에서 인터뷰를 성사시키는 것. 2013년 졸업작품 전시회가 대표적인 예다. ‘푸시앤풀’은 직접 찾아가 면접에 응하는 ‘푸시’(밀다)와 풀을 동시에 구사하는 것. 산학협력 및 현장실습이 대표적인 형태로 회사대표가 학생들과 함께 일하며 살펴본 뒤에 고용토록 하는 것이다. 이직률도 적고 취업만족도도 높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방식이다.

국립한경대 디자인학부의 디자이너 양성과 지원프로그램은 조직적이고 공격적이다. 거기엔 원칙이 있다. ‘우수학생을 입학 전에 선발해서 졸업 전에 취업·창업시킨다’는 것. ‘입학 전’ 선발의 수단은 첫해(2012년) 949명, 2회 778명이 참가한 ‘전국고교 디자인 실기대회’. 학과홍보에도 크게 기여했다. ‘졸업 전 취업’엔 ‘구인구직 데이터베이스’까지 동원한다. 거기엔 질문서를 통해 미리 수집한 각 회사의 직무요구능력, 업무강도 등의 구인정보가 많이 축적돼 있다. 졸업생의 활동분야와 연락처도 담아 온라인 게시판(학과)을 통해 재학생과 맺어주는 멘토링 기반으로 활용 중이다. 수업과 연계한 ‘선배 찾아가 과제 점검받기’도 기능적인 구직프로그램 중 하나다.

또 하나 특별한 것이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디자인가치창출 교육이다. 이것 역시 창의창업사업의 한 분야로 주변 안성·평택지역과 연계해 운영 중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퍼즐(전자전기제어학과와 융합개발), 자폐장애작가의 그림을 활용한 카드 제작이 대표적이다. 지난해는 탈북청소년학교와 연계해 42명의 꿈과 개성을 브랜딩해 주고 각자의 로고디자인이 담긴 머그까지 만들어 졸업식장에서 선물한 ‘자존감 증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올해는 이들의 정착과 언어소통을 돕는 용어사전, 적확한 언어사용을 위한 웹툰(미디어문예창작과와 협업)개발에 나선다.

국립한경대 디자인학과의 교육과정은 다양하다. 출판물로 표현되는 그래픽 디자인부터 시간 기반의 애니메이션과 영상디자인, 상호작용 기반의 웹과 모바일앱 디자인, 어린이 창의성 개발과 관련된 에듀테인먼트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과정을 접하기 위해 디자인학과는 전공과 상관없이 여러 매체의 교과목을 교차 수강할 수 있게 한다. 자신의 관심과 진로에 맞게 다양한 매체를 융합적으로 표현하는 ‘미디어융합’인재로 키워내기 위한 것이다. 학제 간 융합교육도 디자인학, 경영학, 공학 등 전공의 벽을 넘나드는 형태로 운영 중이고, 그 중심에 디자인학과가 있다. 융합교육 수강생은 지난 3년간 이 수업을 통해 사물인터넷(IoT)기반의 기기와 모바일 앱 등을 개발해 앱스토어에 등록하는 등의 성과도 냈다. 더불어 IT 관련 디자인기업에 취업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장학금: 성적우수 성적향상 복지 인턴 등 40여 개의 교내외 장학금이 있는데 2014학년도엔 1인당 평균 232만 원을 지급했다(대학알리미 기준). 수능 1등급 입학생에겐 재학기간 전액 장학금은 물론이고 생활장학금과 기숙사 제공, 해외유학까지 포함된 HK리더스 장학금을 준다. 외국어와 성적우수자에겐 장학금과 해외유학 기회를 제공하는 ‘글로벌 인재 장학프로그램이 있다.

:입학전형: 2015학년도 기준으로 디자인학과(창의창업혁신사업단) 입학정원은 57명으로 실기로 40명, 무실기로 17명을 선발했다. 2014학년도 신입생 58명의 출신 지역은 수도권 43명(74%), 지방 15명(26%). 입학성적 평균은 학생부 4.3, 국어 3.9, 영어 2.7. 탐구(수학) 3.5등급.

:국립한경대: 경기도에 단 하나, 지역거점으로 세운 국립대학교. 1939년 개교한 안성공립농업학교가 전신. 현재 4개 단과대학(농업생명 공과 자연과학 인문사회과학)에 23개 학과, 1학부(2개 전공), 5개 대학원이 있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로 한 시간 거리이며 서울 성남 부평 평택에서 통학버스를 운행 중이다. 기숙사 수용인원은 862명인데 2015년 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가 추가로 문을 연다. 경기 안성시 중앙로 327. www.hknu.ac.kr 031-678-4693

안성=조성하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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