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北소행 아니다” 17.5% vs 29.5%… 5년새 더 커진 불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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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5주기… 아직도 유언비어와 전쟁중]대학 10학번 vs 15학번 의식 비교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이후 한국 사회에 20대를 중심으로 강력한 대북정책을 주장하는 ‘신(新)안보세대’가 등장했다.”

천안함 폭침 1주기를 이틀 앞둔 2011년 3월 24일자 동아일보 보도의 일부 내용이다.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태가 연달아 터진 2010년. 정치적 진보세대로 평가받던 20대는 안보의식에 있어서만큼은 대거 보수 성향으로 돌아섰다. 2010년 말 본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김정일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는 어떤 지원도 반대한다’는 설문 항목에 20대의 43.5%가 찬성의 뜻을 밝혔다. 40대와 50대 이상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른바 ‘신안보세대’의 출현이었다.

5주기를 맞은 지금 20대의 인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본보 취재진은 천안함 폭침 당시 대학 1학년이던 10학번 200명과 올해 신입생인 15학번 200명 등 400명에게 직접 물었다. 5년의 간격을 두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안보 인식 차이는 확연했다.

○ SNS 즐기고 세월호 겪으며 안보 인식 약화

20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 이 대학 토론동아리 ‘SKFC’ 회원 10명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09학번부터 15학번까지 다양했다. 참석자들은 학생들의 안보 인식에도 시차에 따른 온도 차가 존재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대학생 설문조사에서 ‘천안함 도발사태가 북한의 소행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10학번의 66.5%는 ‘그렇다’고 답했지만 15학번은 57.5%가 같은 답변을 했다. ‘천안함 침몰은 북한 소행이 아니다’라고 답한 비율은 15학번(29.5%)이 10학번(17.5%)을 크게 앞질렀다.

토론에 참석한 학생들은 경험의 차이에 주목했다. 2010년에는 천안함, 연평도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며 국가 안보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반면 지금은 취업난 등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큰 이슈다. 안보 인식의 ‘역주행’이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행정학과 10학번 권진원 씨(25)는 “당시 군 입대를 앞두고 있던 우리는 전쟁 이슈의 당사자였다”며 “당시 중학생이었던 15학번은 현실적으로 안보 문제에 무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거에 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늘면서 정보를 얻는 창구가 바뀐 것도 중요한 이유로 분석됐다. 경영학과 15학번 왕승민 씨(19)는 “또래들은 대부분의 정보를 SNS로 접하고 있다”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출처가 불명확한 정보에 노출되면서 생각 또한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토론을 해보니 10학번에 비해 15학번의 정부 신뢰가 낮은 것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 드러난 정부의 무능한 대처가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나왔다. 글로벌경제학과 12학번 류인제 씨(24)는 “10학번이 천안함을 통해 국가를 지켜야 하는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면 15학번은 무능을 드러낸 국가에 대한 불신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 군대 경험한 신안보세대의 안보 인식 강화

5년 전 신안보세대의 막내였던 10학번들은 여전히 대북·안보 인식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남학생의 경우 5년 사이 군복무를 경험하며 이런 성향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때 현재 안보 상황이 불안하다고 답변한 10학번은 48.0%로 15학번(39.5%)보다 높았다. 15학번(2.5%)과 달리 10학번 중에는 ‘매우 안정적’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2010년 군 복무를 했던 중어중문학과 09학번 한주연 씨(25)는 “(연평도 포격 때) 군장을 싼 채 기다리다 부모님에게 전화하라는 명령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며 “안보 문제에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젊은 세대들은 (일방적) 교육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확신을 갖는 성향이 강한 편”이라며 “사회생활을 시작할 당시 천안함 학습효과를 얻은 10학번과 그렇지 않은 15학번 사이의 차이가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황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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