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력강화-심리상담… 산재환자 직장복귀 ‘맞춤재활’… <15>근로복지공단 대전병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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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착한 병원]

근로복지공단 대전병원에서 한 산재환자가 직업 복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허리 근력을 단련하는 재활운동을 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대전병원 제공
근로복지공단 대전병원에서 한 산재환자가 직업 복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허리 근력을 단련하는 재활운동을 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대전병원 제공
《 일하다 다친 산업재해 환자들은 걱정이 많다. 몸을 빨리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더 크기 때문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2012년 산재 환자는 9만2000여 명. 이 중 80%가 가장이었다. 이런 산재 환자에게 대전 대덕구 법동의 근로복지공단 대전병원은 직장 복귀의 꿈을 키워가는 공간이다. 》

○ 환자들의 희망 찾기

지난달 29일 방문한 대전병원 2층 작업치료실.

산재 환자 이상혁 씨(37)가 모니터와 각종 측정 장비로 구성된 기계장치인 ‘신체적 직업능력 평가 시스템’에서 근력을 시험하고 있었다. 다른 병원 물리치료사였던 이 씨는 올해 3월 환자에게 재활운동법을 시연하다 무릎을 다쳤다. 무릎 반월판 제거 수술을 받은 이 씨는 병원이 마련한 ‘직업 복귀 프로그램’을 5월부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산재 환자가 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몸을 단련하는 시스템으로, ‘평가 프로그램’과 ‘능력 강화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이 씨는 이날 평가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평가 프로그램은 치료 종결을 앞둔 환자를 대상으로 직업에서 요구되는 동작을 사업장과 비슷하게 설정해 실제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이다. 이 씨는 무거운 물체를 밀거나 끄는 힘을 측정한 결과 아직 근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옆방에서는 지난해 10월 에어컨 밸브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친 박수종 씨(41)가 능력 강화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었다. 박 씨는 재활운동 장비인 ‘프리머스 아르에스(Primus RS)’를 이용해 키보다 높은 위치의 물건을 내리는 힘을 키우고 있었다. 박 씨는 직장에서 주로 무거운 자재를 올리고 내리는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박 씨는 현재 직업상 요구되는 근력의 50∼60%까지 회복한 상태. 12주로 예정된 강화 프로그램 기간에 박 씨는 주 5일, 하루 4시간씩 근력 지구력 유연성 균형감각 민첩성 등 직업에 필요한 신체 능력을 단련할 예정이다.

치료부터 회복, 근력 강화까지 환자 맞춤형으로 이뤄지는 직업 복귀 프로그램은 산재 환자들에게 만족도가 높다. 박 씨는 “내 몸에 꼭 맞는 프로그램을 짜고, 이를 수행하면 직장에 복귀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재활 훈련이 즐겁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대전병원이 시범 운영하는 프로그램에는 30명이 다녀갔거나 이수 중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산하 대구, 인천, 경기 안산병원 등에서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수자 가운데 92%가 직업에 복귀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미영 대전병원 재활전문센터장은 “직업 복귀 프로그램에는 임상심리사의 친절한 상담 서비스가 더해져 몸의 재활뿐 아니라 마음의 재활까지 이루어지고 있다”며 “멀리는 전라도, 경북에서도 산재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오고 있다”고 했다.

○ 지역 공공의료 선도

290개 병상을 갖춘 대전병원은 대전지역 유일의 병원급 공공의료기관이다. 1991년 대전중앙병원으로 문을 연 뒤 대전산재병원을 거쳐 올해 7월부터 근로복지공단 대전병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명칭 변경은 산재보험이 국내에 도입된 지 올해로 50주년을 기념하고,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대전병원은 지역 저소득층의 벗이기도 하다. 반경 1km 이내에 임대아파트가 1800여 가구에 이를 만큼 병원 주변은 저소득층 밀집 지역이다. 지난해 병원을 다녀간 환자 가운데 산재 환자가 9만4000여 명, 생활이 어려운 의료급여 환자가 3만3000여 명에 이른다. 대전병원은 2009년 관절전문센터를 열어 저소득층에 무료 인공관절 수술 400여 회를 실시했다.

대전병원은 올해 5월 대전 유성구 테크노밸리에 근로자건강센터를 열었다. 이 센터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 혜택이 열악한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 근로자에게 무료 건강 상담과 검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1만2000명 이상의 근로자가 이곳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규성 대전병원장은 “산재 환자에게는 맞춤형 재활서비스를 통해 희망을 심어주는 병원, 지역의 어려운 이들에게는 편안하게 기댈 수 있는 병원이 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선정위원 한마디]“환자들 병 치료를 넘어 인생까지 회복시켜”▼

착한병원 선정위원들은 근로복지공단 대전병원의 맞춤형 직업 복귀 프로그램이 산재 환자들에게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런 프로그램을 노동자의 복지와 건강을 증진하는 쪽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미국 듀크대 경영학석사(MBA) 출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배지수 위원은 “병원의 기능을 의료 서비스 제공에 국한하지 않고, 환자의 인생을 회복시키는 데까지 넓히려는 병원의 노력이 돋보인다”며 “환자의 ‘병 치료’ 개념에서 ‘문제 해결’로 병원의 기능을 확장시킨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장동민 전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산재 환자에 대한 객관화된 데이터는 직장에서도 사원 복지의 지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대전병원의 저소득층 대상 무료 인공관절 수술과 근로자건강센터에 대해서도 지역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우리 동네 착한병원’의 추천을 기다립니다. 우리 주변에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있으면 병원 이름과 추천 사유를 동아일보 복지의학팀 e메일(healt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대전=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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