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정홍원 총리 유임, 그 뒤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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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전쟁

청문회는 전쟁이다. 고위 공직에 오르기 위한 시험대에 선 후보자와 이를 엄호하는 여당, 그리고 후보자의 자격 미달과 도덕적 흠결을 밝혀내려는 야당이 벌이는 치열한 대결장이기도 하다. 동아일보DB
청문회는 전쟁이다. 고위 공직에 오르기 위한 시험대에 선 후보자와 이를 엄호하는 여당, 그리고 후보자의 자격 미달과 도덕적 흠결을 밝혀내려는 야당이 벌이는 치열한 대결장이기도 하다. 동아일보DB
18명.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15년 동안 국회에 청문요청안이 넘어온 고위공직 후보자 258명(올해 5월 기준) 중 청문회 전후로 낙마한 이들의 숫자다.

얼핏 보면 낙마율이 6.9%로 극히 낮아 보이지만 한 꺼풀만 들춰보면 실상은 다르다. 대통령의 후보자 지명 직후 언론과 정치권의 검증에서 낙마한 사람은 물론이고 인사청문회에 서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 자리를 고사한 사람까지 합치면 청문회 낙마자는 수백 명에 이른다.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의 ‘청문회 트라우마’도 극에 이르고 있다. 안대희, 문창극 두 국무총리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를 포함해 박근혜 정부의 인사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사퇴했던 정홍원 국무총리 유임 카드를 꺼낸 것도 청문회를 피해 가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말이 나온다. 사표 수리가 예정됐던 총리의 유임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주변에 “잠재적인 후보군들이 다 (고위직 제안에) 안 한다고 한다”며 인선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리 유임으로 총리는 제외되지만 다음 주 국회에서는 청문회 전쟁이 불붙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후보자 8명 중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원(院) 구성 전부터 이미 김 후보자 검증 작업에 착수했다. 언론에서 제기한 논문 표절 및 경력 부풀리기 의혹 중 상당수는 야당 의원들이 발굴해 낸 것이다.

새정치연합 교문위 김태년 간사는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과 제보 받은 새로운 의혹에 대해 의원들이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두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에도 가보지 못한 채 낙마하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본 새누리당도 더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후보자 낙인찍기용 인사청문회 제도를 대폭 개선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는 종종 국정 운영의 최대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청문회에서 낙마하는 일이 잦다 보니 중폭 이상 개각을 하면 2, 3명의 후보자는 낙마용으로 생각하고 추가 인선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자조(自嘲)가 나올 정도다.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첫 조각 때 남주홍(통일부) 이춘호(여성가족부) 박은경(환경부) 장관 후보자 3명이 낙마했다. 2010년 8월 장관 7명을 교체했을 때도 이재훈(지식경제부) 신재민(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다.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 첫 조각 때도 김병관(국방부) 김종훈(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3명이 낙마했다.

후보자를 낙마시켜야 하는 야당, 후보자를 엄호해야 하는 여당, ‘가문의 영광’과 ‘집안 망신’의 줄타기에 서 있는 후보자. 치열한 3각 전쟁의 현장으로 가본다.  

▼ 후보자 발표 직후 野 검증팀에 ‘은밀한 제보’ 쏟아져 ▼

새정치연합은 지난달 26일 김기식 의원을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를 검증하는 사전검증위원으로 임명했다. 공식 청문위원을 선출하기 전 사전검증위원을 임명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안 후보자를 낙마시키겠다는 당의 의지가 강했다.

지난달 22일 박 대통령이 안대희 전 대법관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을 때만 해도 새정치연합은 “만만치 않은 카드”라며 긴장했다. ‘국민검사’로 불렸던 안 후보자를 섣불리 공격할 경우 역풍을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주말이 지나면서 안 후보자가 변호사 사무실을 열어 많은 돈을 벌었다는 의혹과 함께 ‘전관예우’ 논란에 불이 붙자 낙마시킬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김 의원은 나흘 뒤 안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공식 접수되자마자 검증에 착수했다. 안 후보자의 재산이 2년 사이에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 눈에 띄었다. 김 의원은 “공직자가 제출하는 기본 자료만 제대로 검증해도 의혹의 상당 부분은 확인된다”며 “안 후보자의 전관예우 문제를 몰랐다면 엄청난 무능이고, 알고도 넘어갔다면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전관예우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자 안 후보자를 둘러싼 제보가 의원실로 쏟아졌다. 변호사 시절뿐 아니라 대법관 재임 기간에 있었던 일까지 다양한 제보가 있었다고 한다. 김 의원실이 제보를 검증하기 위해 관련자들과 접촉하는 사이 안 후보자는 지난달 28일 전격 사퇴했다.

안 후보자 측은 야당 의원들의 폭로에 대해 청문회 과정에서 해명하기 위해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본인이 제출한 서류에서 알 수 없는 내용을 야당 의원들이 손쉽게 파악해 폭로하는 데 대해 상당히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검증부터 줄줄이 낙마

인사청문회는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올 때부터가 아니라 대통령이 후보자로 지명한 순간부터 시작된다. 국무위원이 됐다는 영광은 한순간이고 그 이후부터 혹독한 검증대 위에 오른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지명하기 전 후보자 검증을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업무다. 검증의 고수들이기에 부동산, 병역, 탈세, 논문 표절, 위장전입 등 각종 의혹에 대해 검토하는 데 한 시간이면 대충 ‘견적’이 나온다고 한다.

청와대가 검증을 하려면 후보자들이 개인정보를 열람해도 된다는 동의서를 내야 한다. 아예 검증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꽤 많다. 도덕적 문제 탓이다.

“나는 떳떳하다”며 동의서를 제출했지만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한 총리 후보자의 경우 본인이 동의를 했지만 검증 서류를 열자마자 부동산 투기를 한 사례가 많아 바로 덮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성추행을 비롯해 과거 물의를 일으킨 발언도 검증 대상에 들어갔다.

정부의 자체 검증을 거쳐 대통령이 후보자로 지명하면 검증 제2라운드가 시작된다. 후보자는 국회에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기본 경력 △병역 △재산 △소득세·재산세·종합토지세 납부 △범죄 경력 등 5가지 증빙서류를 보낸다. 후보자는 소속 부서의 업무보고를 받으며 청문회 때 있을 정책 질의에 대비하고 도덕성 검증 질의에 대비해 리허설을 하기도 한다.

치열한 기 싸움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이 보내지면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그 기간 내에 청문회가 열리지 못할 경우 바로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 2008년 9월 장관 3명은 국회 원 구성이 늦어지면서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됐다. 억세게 운이 좋은 경우다.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대법관 등 23명은 별도의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나머지는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청문회를 연다.

여야는 인사청문특위 청문위원을 구성하는 단계부터 치열한 전략 싸움을 벌인다. 안대희 전 후보자 인사청문특위에 새정치연합은 이종걸 위원장을 포함해 박범계 서영교 김기식 의원 등 당내에서 최고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강성 위원들을 포진시켰다. 반면 새누리당은 주로 온건한 법조인들로 구성했다. 안 전 후보자 측은 청문위원 명단을 받아든 뒤 “청문회에서 밀리겠다”며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자는 청문위원들에게 잘 봐달라는 전화도 돌리고 의원실로 찾아가 협조도 요청한다. 그러면서도 간혹 야당 의원들이 요청하는 곤란한 내용은 최대한 원론적인 답변을 하거나 제출 시기를 미루며 파괴력을 줄이도록 애쓴다.

위원들은 청문회 1, 2일 전 질의 요지를 후보자에게 보내는 게 관례다. 후보자의 충실한 답변을 듣기 위해서다. 하지만 야당 위원들은 결정적 ‘한 방’은 아껴둔다. 후보자가 당황하며 답변을 제대로 못할 것을 겨냥한 것이다.

청문회 당일 후보자의 답변도 운명을 좌우한다. 답변 태도가 거만하거나 내용이 불성실해 여당 의원들에게도 질타를 받는 경우 문제가 심각해진다.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윤 전 장관은 청문회에서 “한국 어업의 GDP(국내총생산) 성장이 얼마나 되나” “항만권역이 몇 개 권역으로 돼 있나” 등 기본적인 질문에 “모르겠다”는 답변을 계속해 “태도가 아주 불성실하다. 적당히 대답하고 웃으며 넘어갈 일이 아니다”는 호된 질책을 받았다. 청문보고서 채택은 무산됐고 장관 임기 내내 ‘무능한 장관’ 꼬리표가 달렸다.

내부의 적이 가장 위험

후보자를 지켜야 하는 여당과 무너뜨려야 하는 야당은 청문회를 준비하는 접근 방향이 다르다. 최준영(인하대) 조진만(덕성여대) 교수가 주요 청문회를 분석한 결과 여당은 주로 현안에 대한 의견, 정책적 비전과 대안, 정부에 대한 당부 등을 질의한 반면 야당은 윤리적 부적절성, 과거 공직업무의 부적절성 등을 주로 질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여당이 주로 하는 정책 질의의 경우 후보자의 비전을 묻기 때문에 긍정적인 대답이 많다. 반면 야당은 도덕성 검증에 초점을 맞춘다.

새정치연합은 청문위원이 정해지면 각자 역할을 나눈다. A 의원은 재산, B 의원은 병역, C 의원은 위장전입을 주로 맡는 식이다.

새정치연합 A 의원실은 김명수 장관 후보자의 이름이 들어간 모든 논문을 입수해 표절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의원실 측 보좌진은 논문 내용을 세밀히 검토하면서 전문기관에 문의해 표절 여부를 확인 중이다. 사교육업체 주식 보유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관련 기관에 문의해 놓은 상태다.

야당은 청문 대상자의 주변 사람들을 집중 공략한다. 특히 청문 대상자와 관계가 불편한 사람, 이전 조직에서 반대편에 있던 인물이 주요 공략 대상자다. 수차례 청문회를 준비했던 한 보좌관은 “청문 대상자를 아는 사람의 증언은 사실일 확률이 아주 높다”며 “청문 대상자를 잘 알면서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의원실로 알려온다”고 전했다.  

▼ “지명 전에 도덕성 따져보고 청문회선 정책 검증을” ▼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래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이 넘어왔던 고위 공직후보자 258명 중 18명이 청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낙마했다. 낙마율이 10%도 되지 않지만 후보자들에게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일각에서는 사생활 검증과 
정책추진능력 부분을 분리해 청문회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동아일보DB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래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이 넘어왔던 고위 공직후보자 258명 중 18명이 청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낙마했다. 낙마율이 10%도 되지 않지만 후보자들에게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일각에서는 사생활 검증과 정책추진능력 부분을 분리해 청문회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동아일보DB
직접 청문위원으로 활동하거나 원내대표로 청문회를 지휘하면서 7명의 청문 대상자를 낙마시켜 ‘청문회 낙마 7관왕’으로 불리는 새정치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국무위원이 내정되는 순간 각종 제보가 이메일 등을 통해 쏟아진다”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제보를 받아서 곧바로 폭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보가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지를 먼저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증 없이 제보에만 의존할 경우 오히려 역풍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야권에서 제기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차남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부정입학 의혹은 야권 인사인 조국 서울대 교수가 “야권의 의혹 제기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스타일을 구겼다.

제보는 흔히 청문회 스타로 불리는 소수의 강성 야당 의원들에게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제보자는 신분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탓에 청문 대상자가 임명되면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청문 대상자의 임명을 막을 수 있는 공격력을 갖춘 의원들에게 제보가 집중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청문위원들은 제보를 받아서 직접 브리핑을 하거나 언론을 통해 관련 내용을 흘린다. 특정 언론에 관련 정보를 먼저 제공해 단독기사 형식으로 보도되면 그 다음에 해당 의원실에서 관련 내용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는 식이다.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 주위 사람들의 사소한 발언이 야당의 검증 단초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사전검증에 참가했던 한 야당 인사는 “법조계 주변에서 ‘딸깍발이’로 불리던 안 전 후보자가 최근 돈을 많이 벌었더란 얘기를 듣고 그의 변호사 수임료 등을 집중 파헤쳤다”고 말했다.

고수들의 검증 비법

국회도 청문회 준비 노하우가 쌓여가면서 유형에 따라 검증하는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병역비리의 경우 1960년대에는 입대 제한연령을 넘긴 뒤 대기를 하면서 면제되는 사례가 많았다. 1970, 80년대에는 허위 진단서를 내 병역 면제를 받는 이들이 많았다. 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 폐결핵, 근시, 만성간염 등이 비리에 주로 사용됐던 단골 병력들이다. 최근에는 산업체나 법원 병역특례제도를 악용해 병역 의무를 피한다.

병역비리는 다양한 서류를 비교해 정황으로 주로 밝혀낸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의원은 청문회 과정에서 한 후보자의 장남이 허리를 다쳐 병역 면제를 받은 데 주목했다. 그는 “등굣길 10m 언덕에서 추락해 택시로 응급실에 갔다”(병무청 제출 경위서), “만취해 2m 담에서 추락해 도보로 응급실에 갔다”(병원 응급실 서류), “빙판에서 넘어졌다”(척추전문병원)는 제각각 다른 내용의 진술서를 파고들었고 결국 그 후보자는 낙마했다.

위장전입은 상대적으로 적발이 쉽다. 최근에는 위장전입은 일찌감치 인정하고 사과하는 후보들도 많아졌다. 가족 구성원 중 부인과 자식만 다른 곳으로 옮겼거나 출퇴근이 불가능한 곳에 주소지가 있었다면 위장전입을 의심해 볼 만하다.

위장전입을 하는 이유는 크게 자녀교육과 부동산 특혜 두 가지다. 중고등학교 배정 시기에 자녀 혼자 혹은 모자, 모녀만 주소지를 옮겼다가 배정이 끝나고 본래 주소지로 오는 것이 전형적인 위장전입이다. 후보자가 지방에 내려갔는데도 주소지가 서울에 남아 있고 몇 년 내로 아파트 분양을 받았다면 아파트 청약을 받기 위한 위장전입일 가능성이 높다. 개발이 예상되는 농지를 취득하기 위해 인근 지역으로 주소를 옮겨놓는 경우도 있다.

직접 해당 토지 근처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가서 몇 가지 질문을 하다 보면 뜻밖의 수확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후보자의 부동산 구입 당시 시세를 살펴보면 세금을 덜 내려고 다운계약서를 쓴 것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

검증 단골 메뉴인 논문 표절의 경우 후보자가 논문 제목과 번호를 제출하면 국회 도서관에 가서 비슷한 논문이 없는지 검색한다. 때로는 전공 교수나 지인에게 전화해 후보자가 제대로 논문을 썼는지도 살펴본다.

부동산 투기가 최다 낙마 사유

동아일보가 2000년 이후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넘어간 이후 낙마한 18명을 전수 분석한 결과 낙마한 사유(복수응답 가능) 중 부동산 투기가 6명으로 가장 많았다. 위장전입이 5명으로 뒤를 이었다. 3명은 탈세로 낙마했다. 감사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 윤성식, 이명박 정부 때 정동기 후보자가 코드 인사라는 이유로 낙마해 독립성을 중요하게 봤다.

정치인과 관료가 청문회 통과에 유리하다는 정설은 사실이었다. 낙마한 18명 중 관료 출신은 2명이었고 정치인 출신은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가 유일했다. 관료나 정치인이 인사청문회 대상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에 비춰 보면 낙마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치인의 경우 청문위원들이 자신도 저 자리에 갈 수 있다는 동질감과 동료 의식으로 인해 검증의 칼날이 무뎌지기 쉽다. 게다가 정치인은 국민 투표로 문제가 있는 이들이 걸러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도덕적인 흠이 적다. 관료의 경우 2급 고위공직자부터 재산 신고를 하기 때문에 젊은 시절부터 자기 관리에 철저한 편이다. 낙마한 이들 중에는 법조계 출신이 5명으로 가장 많았고 학계가 3명으로 뒤를 이었다.

정책검증 위주의 청문회 되려면


2000년 처음 인사청문회가 도입될 때 23명이었던 대상자는 현재 63명까지 확대됐다. 삼권분립이 엄격한 대통령제 국가에서 의회가 대통령의 공직인사권 행사를 견제하기 위해 도입한 인사청문회는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적인 수준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지나치게 도덕성 검증에 치중하다 보니 정작 능력 있는 공직자의 중용이 오히려 방해를 받고 청문회 과정에서 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커진다는 부작용도 제기되고 있다.

최준영·조진만 교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대립이 크고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은 후보자의 경우 국민의 신뢰도도 심각하게 훼손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인사청문회가 공직 후보자에 대한 신상 털기에 주력하고 여야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질되는 경향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미국식으로 정책 중심의 청문회 문화를 만들려면 인선 과정에서부터 철저한 사전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청문회에 섰다는 것은 해당 후보자가 신상검증 분야에서는 완벽하게 합격점을 받았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새누리당의 주장대로 개인 신상 문제와 도덕성은 비공개로 하고 업무수행 능력만 공개로 하자는 ‘청문회 이원화’ 방안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의 시스템은 지나친 도덕성 검증으로 사생활을 침해하고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측면이 있다”며 “개인사 중에서도 자녀 문제 등은 비공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는 “미국 인사청문회에선 후보자의 자질 문제뿐만 아니라 개인사 문제까지 우리나라보다 더 엄격하게 심사한다”며 “이원화 방식은 구분 자체가 모호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낙마에 해당하는 도덕성 검증 기준을 명확히 해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 정서와 정치적 환경에 따라 낙마 기준이 제각각인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 또 과거 관행처럼 이뤄진 것을 현재의 잣대로 하다 보니 지나치게 검증의 문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과거 우리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관행으로 용인되었던 사안에 대해서는 시점을 정해 그 이전에 이뤄진 내용은 문제 삼지 않는 등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정민 ditto@donga.com·손영일·홍정수 기자
#정홍원#국무총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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