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68>그녀가 복수하는 방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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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커플이 있다. 집안도 좋고 하버드를 나온 아름다운 아내, 미남에 유머 감각이 탁월한 작가 남편.

결혼 5주년에 아내가 실종된다. 집안이 엉망인 데다 핏자국까지 남아 있다. 그런데 술이 덜 깼는지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는 남편. 7년 전부터 써온 아내의 일기가 남편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 일기에는 그녀가 남편에게 얼마나 희생당해 왔는지 낱낱이 나와 있다. 모든 단서가 남편을 지목한다. 그가 아내를 죽이고 시신을 숨겼을 것이라는 정황. 과연 이 부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미국 여성 작가 길리언 플린의 소설 ‘나를 찾아줘’의 도입부다. 이 작가의 돋보이는 점은 낭자한 선혈 없이도 독자를 급속 냉동실로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가장 탁월한 부분은 여성 심리를 파고들어 밑바닥까지 보여준다는 점이다.

책 제목이 ‘나를 찾아줘’지만 ‘나를 알아줘’라고 하는 게 정확할 듯하다. 주요 대목이 아내 마음 따위에 관심이 없는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각별한 참고가 될 만하다. 한마디로 이 책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남편에 대한 아내 에이미의 복수극이다.

배신감에 치를 떠는 그녀는 ‘남편 나쁜 놈 만들기’로 복수를 한다. 살인범으로 모는 것으로도 모자라 온갖 수단을 동원해 남편을 ‘잡놈’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런 남편과 대비시켜 스스로는 ‘희생과 헌신의 대명사’로 이미지 메이킹을 한다. 일기만 보면 에이미만 한 천사가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남편과 시댁을 위해 내던진다.

누가 보더라도 천사가 남편을 잘못 만나 안타까운 희생을 당한 것으로 여길 만한 상황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대부분 거짓이고 조작이다. 에이미는 치밀한 계획을 세운 뒤 자기 팔을 찔러 피를 뿌린 뒤 집을 떠났다.

우리 일상에서도 정도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일이 벌어질 때가 있다. 작심하고 시비 거는 아내에게 남편이 고함을 친다. “돈 벌어다 줬으면 된 것 아냐!” 큰 소리가 오가고 마침내 아내가 앓아눕는다. 아내는 특정 국면마다 자주 아프거나 다친다.

남편은 ‘나쁜 인간’이 되어 어느 날 문득 자기 집 거실에서 소외감을 느낀다. 아이들마저 뜨악한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모두가 아내의 편이다. 소설의 에이미는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보물찾기 놀이를 시키곤 했다. 사라지면서도 남편에게 힌트 남겨 놓기를 잊지 않는다. 이렇듯 어떤 순간에도 자기 마음을 가늠해주기를 바라는 게 여자의 특성이다.

‘그런 게 뭐가 중요해?’ 이런 생각이 든다면 그 이유를 소름 돋게 알려주는 이 책을 추천한다. 결말까지 지독히 현실적이어서 더 오싹해진다. 마침 휴가 시즌이다.

한상복 작가
#여자#복수#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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