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기업들 불만만 ‘성장’시킨 동반성장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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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경 기자
김호경 기자
동반성장지수가 도입된 지 3년이 넘었지만 평가 결과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2년과 지난해 평가 결과 업종별로 희비가 갈려 낮은 등급을 받은 업체들을 중심으로 “업종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나왔다. 그때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평가 지표를 바꾸겠다고 했다.

동반성장위가 두 차례에 걸쳐 평가 지표를 고쳤지만 올해도 같은 논란이 일었다. 11일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2013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 최하위 등급을 받은 기업 14곳 가운데 6곳이 유통업체였다. 반면에 최고 등급을 받은 유통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동반성장지수는 동반성장위의 체감도 평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 및 협약이행 실적평가를 합산해 등급을 매긴다.

동반성장위의 체감도 평가는 대기업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평가한다. 설문 응답을 바탕으로 정성적인 평가를 하다 보니 객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황을 겪고 있는 업종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측면도 있다. 지난 3년간 최하위 등급에는 유통업체 외에도 조선과 건설업체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번에 최하위 14개사 가운데 이랜드리테일 이랜드월드 동원F&B 등 3곳은 공정위 평가에 아예 참여하지 않아 해당 평가에서 0점 처리됐다. 공정위와 동반성장위의 평가를 모두 치른 나머지 11개 업체에선 “한 과목을 아예 포기한 학생과 두 과목을 모두 치른 학생이 같은 성적을 받은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반성장지수는 ‘대기업 줄 세우기’라는 재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은 11일 “동반성장을 잘하는 기업들 간에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동반성장지수 평가 참여 여부를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평가 대상 기업들은 모두 ‘동반성장 우등생’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낮은 등급을 받으면 ‘동반성장 낙제생’으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우려면 ‘사후약방문’식 대응이 아니라 보다 정교하고 공정한 평가 방식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김호경·산업부 whalefisher@donga.com
#기업#동반성장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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