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주펑(朱鋒)]크림 위기, 누가 수혜자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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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2014년 3월 21일 러시아는 크림 반도를 합병하는 법적인 절차를 마무리했다. 유럽은 1999년 코소보 전쟁 15년 만에 초유의 전략적 긴장 국면에 빠져들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하고 11명의 러시아 관리 및 금융인사 제재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문제로 미국이 군사 개입을 해 미-러 양측 간 군사충돌로 비화할 수 없다는 것은 백악관도 분명히 알고 있다.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어떤 추가 조치를 취할지 불명확하다. 현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러시아 정부가 동부 소요지역에 무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1991년 냉전이 붕괴된 이후 23년, 지금 세계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일부에서는 크림 위기로 러시아가 중국 쪽으로 더 기울고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 분산돼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압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중국에서도 러시아와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새롭게 함으로써 미국과 일본을 견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크림 위기를 통해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실질적으로 바꾸지도 않을 것이고 중국이 미-러 대립으로 이득을 얻지도 못할 것이다.

크림 위기는 미국 등 서방국의 경제 금융 안전망 강화 및 협력 증대로 이어질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기세등등한 모습은 서방 국가의 위기감을 높여 대러 관계를 다시 세계 정치의 초점으로 만들 것이다. 다만 서방과 러시아 관계가 냉전 시기로 회귀한다는 것은 너무 겁을 주는 말이다. 미-러 대립이 심각하지만 러시아의 실력과 위상은 옛 소련과는 비교가 안 된다. 미국과 유럽의 러시아 제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부정적인 영향을 추가로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가 군사력을 이용해 옛 소련 소속 동유럽 국가를 끌어들이거나 합병하지 않으면 미-러 관계는 다시 협력하는 관계로 돌아올 것이다.

미국은 지난 10년간 유럽의 군 장비를 개선하고 군비를 증강하려 했으나 유럽 주요국 군비는 늘지 않았다. 크림 위기 이후 유럽이 군비 증강에 나서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유럽 안전을 위한 역할 강화에 나선다면 미국이 크림 위기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도 있다.

일부 국제전략 전문가들은 중국이 크림 위기의 전략적 수혜자가 되게 함으로써 아시아에서 보다 공세적 조치를 취하게 만들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중국이야말로 견제가 필요한 대상이라는 주장마저 나온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아시아에서도 크림 위기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시아판 크림 위기’는 누가 조장할까? 이때 시선은 중국으로 향한다.

하지만 제어가 안 되는 이란이나 이라크전쟁 뒤 점점 분열하는 이슬람 세계, 순치가 안 되는 파키스탄 등 앞으로 10년 내 미국의 외교 전략에서 빠지지 않을 골칫거리들을 보라. 중국의 굴기(굴起) 외에도 무수히 많다.

크림 위기가 중국에 제공한 전략적 자원은 사실상 매우 제한적이다. 중-러 전략적 파트너관계로 미국과 일본을 견제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실망할 것이다.

크림 위기에서 중국은 공개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다. 간접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특수이익을 인정했을 뿐이다. 푸틴이 3월 18일 ‘중국 인민에게 감사하다’고 한 것은 의식적으로 중국을 엮어 넣으려고 한 것이다. 앞으로 대국 간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크림 반도#러시아#미국#버락 오바마#군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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