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Hot 피플]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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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후광을 어깨에 걸친 ‘벌거벗은 대통령’

‘남미 좌파의 거두’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후계자로 지목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52)이 집권 1년 만에 코너에 몰렸다. 심각한 식량난, 50%가 넘는 살인적 인플레, 고질적인 치안 불안으로 두 달째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최소 2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쳤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 와중에 파나마 미국 등과 외교 마찰을 일으키고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해 집권당 내부에서도 공격을 받고 있다.

마두로는 버스 운전사 출신으로 대통령직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1962년 수도 카라카스에서 태어난 그는 1980년대 버스 운전사로 근무하며 운수노조에서 활동했다. 1992년 쿠데타 기도로 감옥에 갇혀 있던 차베스를 도우면서 그의 정치 인생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마두로는 차베스의 변호 팀을 이끌었던 6세 연상의 변호사 실리아 플로레스와 결혼했다. 1998년 차베스의 대통령 당선 이후 국회의장 외교장관 부통령 등 초고속 출세가도를 달려 ‘차베스의 황태자’로 불렸다. 플로레스도 베네수엘라 첫 여성 국회의장 및 검찰총장을 역임하는 등 부부가 차베스의 최측근으로 위세를 떨쳤다.

특히 마두로는 외교장관 당시 차베스의 ‘입’ 역할을 맡아 그의 강경 좌파 노선을 비판하는 국가들에 능란하게 대응했고, 중국 러시아와 우호관계를 맺으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를 통해 차베스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그는 2012년 10월 차베스가 4선에 성공한 뒤 부통령에 뽑혀 명실상부한 2인자가 됐다. 같은 해 12월 암 치료를 위해 쿠바로 떠난 차베스는 “내가 살아 돌아오지 못하면 대선 때 꼭 마두로를 대통령으로 뽑아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마두로는 집권 이후 내치와 외교 양면에서 실수를 거듭했다. 최근 1년간 물가는 50% 이상 올랐고 휴지 비누 등 생필품 품귀현상도 심각하다. 미스 베네수엘라 출신의 유명 방송인이 길 한복판에서 피살되고 지난해에만 2만5000여 명이 살인으로 목숨을 잃는 등 강력범죄도 너무 많이 발생했다. 이번 반정부 시위도 2월 4일 서부 산크리스토발에서 한 여대생이 성폭행을 당할 뻔하자 전국 대학생들이 치안 불안에 대해 들고 일어나면서 크게 확산됐다.

대외적으로도 파나마에 단교를 선언하는 한편 미국과 외교관 맞추방전을 벌이는 등 강경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난은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에도 겪었지만 차베스가 특유의 ‘카리스마’로 지지를 유지한 반면 마두로에겐 이런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그는 지난해 11월 생필품 값을 절반으로 낮추라는 대통령령을 선포한 끝에 한 달 후 지방선거에서는 압승을 거뒀다. 3월 5일 차베스 사망 1주기를 맞아 등장한 차베스 추모 열기도 호재로 작용했다.

좌파도 그의 무능을 비난하고 있다. 집권 통합사회당 소속인 호세 비엘마 타치라 주 주지사는 최근 “구금된 시위자들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비엘마 역시 1992년 차베스와 인연을 맺어 ‘차비스타(차베스의 아이들)’로 꼽혔다. 안팎으로 협공을 받고 있는 마두로 대통령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지 주목된다.

:: 니콜라스 마두로 ::

1962년 카라카스 출생

1980년대 버스 노조 활동

1998년 우고 차베스 대통령 보좌관

2005년 국회의장

2006년 외교장관, 2012년 부통령

2013년 4월 대통령 당선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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