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한쪽선 사립+공립 ‘통폐합 실험’… 한쪽선 학부모들 “반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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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미니학교 딜레마]통폐합 거론 학교 가보니

3년만의 신입생… 외로운 입학식



3일 오전 전남 목포시 대반동 서산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신입생 백시은 양(8)이 입학선서를 하고 있다. 백 양 앞에 앉아 있는 학생은 도서분교인 충무분교 입학생이다. 본교에서 2km 떨어진 섬(고하도)에 자리한 충무분교는 3년 만에 신입생을 맞았다. 전교생이 34명인 서산초등학교는 올해 신입생이 본교 1명, 분교 1명뿐이다. 목포서산초등학교 제공
3년만의 신입생… 외로운 입학식 3일 오전 전남 목포시 대반동 서산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신입생 백시은 양(8)이 입학선서를 하고 있다. 백 양 앞에 앉아 있는 학생은 도서분교인 충무분교 입학생이다. 본교에서 2km 떨어진 섬(고하도)에 자리한 충무분교는 3년 만에 신입생을 맞았다. 전교생이 34명인 서산초등학교는 올해 신입생이 본교 1명, 분교 1명뿐이다. 목포서산초등학교 제공
《 “지난해에는 남녀 6명의 신입생이 입학을 해 적은 수지만 선후배 상견례와 학교 소개 등 새 학기에 걸맞은 풍경이 연출됐는데 올해는 아쉽게도 그 모습을 볼 수가 없네요.” 1935년 문을 연 충북 보은군 마로면에 있는 세중초등학교는 올해 단 1명의 신입생도 받지 못했다. 그 때문에 3일 오전 전국 대부분의 학교에서 열린 신입생 입학식을 치를 수가 없었다. 홍문식 교장은 “2007년 ‘황금돼지띠의 해’에 태어난 아이가 많아 다른 곳은 예년보다 초등학교 입학생이 늘었다고 하는데 우리 학교는 입학생이 없으니 교사들과 주민 모두가 서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날 오전 강원 양양군 서면 공수전리 상평초등학교 공수전분교. 다른 학교 같으면 입학식으로 떠들썩했겠지만 이 학교는 차분하게 수업이 진행됐다.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못한 게 올해로 3년째. 공수전분교는 이농(離農) 현상으로 마을 주민이 줄면서 학생 수가 급감한 전형적인 시골학교. 재학생은 5학년생 2명뿐이고 교사는 1명이다. 올해 부임한 홍성택 교사는 “학생 수가 너무 적다 보니 매년 이맘때면 통폐합 이야기가 거론되는 것으로 안다”며 “이 때문에 마을 주민들도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신원섭 공수전리 이장(59)은 “현재로선 인위적으로 학생 수를 늘릴 방법이 없지 않겠느냐”며 “나와 자녀들 모두 이 학교를 나왔는데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를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한숨지었다.

충북 충주시 산척면의 산척중학교. 1971년 3월 1일 개교한 이 학교는 당시만 해도 전체 9학급에 171명이 입학했다. 많을 때는 전교생 수가 600명이 넘을 정도의 규모였다. 하지만 이농 현상 등의 이유로 학생 수가 줄기 시작해 2011년에는 36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현재 전교생 수는 도시 중학교의 한 학급 평균 학생 수인 35명에도 한참 못 미치는 25명에 불과하다. 현재 산척중의 교직원은 모두 12명이다. 전교생이 31명이었던 지난해 이 학교 전체 교육소요경비는 10억100만 원으로, 학생 1인당 3230만 원꼴이다.

절반 이상이 도시 유학생… “친구 많아져서 좋아요”



지난달 6일 강원 춘천시 사북면 송화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강당에서 활짝 웃는 모습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중에는 올해 졸업생도 포함돼 있다. 이 학교 학생의 절반 이상은 빡빡한 도시생활을 벗어나 자연을 체험하기 위해 수도권에서 온 산촌유학생이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절반 이상이 도시 유학생… “친구 많아져서 좋아요” 지난달 6일 강원 춘천시 사북면 송화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강당에서 활짝 웃는 모습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중에는 올해 졸업생도 포함돼 있다. 이 학교 학생의 절반 이상은 빡빡한 도시생활을 벗어나 자연을 체험하기 위해 수도권에서 온 산촌유학생이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이 학교는 2012년 충북도교육청의 ‘소규모 중학교 통폐합과 기숙형 중학교 설립’ 대상에 포함돼 사라질 뻔했다. 하지만 동문들과 학부모, 일부 교사 등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충북도교육청은 당시 산척중을 포함해 인근 앙성중, 신니중, 노은중 등 4개 학교를 합쳐 1개의 기숙형 중학교를 설립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농촌지역 황폐화를 가속한다”는 학부모 등의 반대가 강했다. 학부모 21가구 전체가 100% 반대해 무산됐다. 산척중 안병헌 교장은 “학생 수가 적다 보니 교육과정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며 “‘통합이냐’ ‘소규모 학교 살리기냐’를 놓고 논란이 많은데 무게의 추를 어디에 두고 판단하는지가 중요하다. 교육과정 운영의 측면에서 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농과 저출산 현상으로 전남 농어촌 지역에서는 올해도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가 속출하고 있다. 3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도내 초등학교 신입생(1만5941명)에 대한 학급편성 결과 여수 거문초교 등 본교 3곳과 목포 유달초 율도분교 등 분교 34곳에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입생이 없는 곳은 대부분 섬이나 벽지 분교인데 3, 4년 안에 폐교가 속출할 것으로 도교육청은 우려하고 있다. 학생 수 부족 등으로 올해 도내에서 통폐합되는 초등학교는 본교 3곳, 분교 4곳이다.

반면 통폐합을 통해 새로운 농촌학교의 모델로 거듭나고 있는 학교도 있다.

2011년 3월 2일 개교한 충북 보은 속리산중학교(교장 김영미). 보은군 삼승면 옛 원남중에 문을 연 이 학교는 농촌지역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한 전국의 첫 기숙형 공립중학교다. 정부가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기 전에 충북도교육청이 지역 내 3개 중학교(원남 내북 속리)를 통합해 개교했다. 개교 당시 학생 96명으로 출발한 이 학교의 현재 학생 수는 149명이다. 당초 올해까지 100명 안쪽을 예상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인근 지역에서 이 학교로 배정받기 위해 초등학교 때 전학을 시켜 입학시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 이유는 웬만한 대도시 학교 못지않은 시설과 교육과정 운영 덕분이다. 이 학교는 전교생을 수용하는 기숙사와 다목적 강당, 체육단련실, 도서실, 영어전용교실, 인조잔디 운동장 등 최신 시설을 갖췄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난 뒤 생활 스포츠, 요리교실, 꽃꽂이, 풍선아트, 한지공예 등 37개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학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전남 함평군에서는 사립학교와 공립학교가 자발적으로 통폐합하는 ‘교육실험’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전남도교육청은 함평군의 사립학교법인인 ‘학교의숙’이 학다리중·고교를, ‘실림학원’이 나산중·고교를 국가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공립학교와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승호 함평교육장은 “농어촌 교육 정상화를 위해 사립학교 법인이 과감한 결단을 내려 통폐합이 이뤄지게 됐다”며 “이번 계획이 교육부 투·융자 심사를 통과하면 최대 1000억 원을 지원받아 교육여건 개선 사업에 쓸 수 있다”고 말했다.

:: 본교와 분교 ::

본교(本校)가 학생 수 급감 등으로 독립적인 유지, 운영이 어려워지면 인근 학교를 본교로 삼은 분교(分校)로 개편된다. 본교가 분교가 되면 독립된 학교장이 없이 분교장이 학교를 담당하고 본교의 교육과정에 따라 운영하게 된다.

청주=장기우 straw825@donga.com
함평=정승호 기자
#통폐합#농어촌 학교#분교#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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