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가족같은 회사 분위기에도 약점은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흔히 ‘가족 같은 분위기’라는 말은 임직원 사이가 끈끈하고 우애가 깊다는 의미로 많이 쓴다. 물론 긍정적인 어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직문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때론 큰 위기를 불러오기도 한다.

최근 한국시장 진출 20여 년 만에 시장 1위 브랜드가 된 싱글몰트(하나의 오크통에서 숙성해 그대로 병에 주입하는 방식) 위스키 ‘맥캘란’이 처했던 상황은 ‘가족 같은 분위기’가 갖는 치명적 약점을 잘 보여준다.

맥캘란은 2004년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이 커질 기미를 보이자, 고급 바텐더 출신을 영업사원으로 뽑아 ‘핵심영업팀’을 만들었다. 서로 ‘형, 동생’으로 부르며 끈끈한 우애를 과시하던 핵심 영업팀원들은 자신들의 판매처인 고급 바(Bar)에서 허드렛일까지 하며 판로 확보에 나섰다. 자신들이 함께 일했던 고급 바 직원들과 역시나 ‘호형호제’하며 맥캘란 성장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문제는 2년이 지난 뒤 발생했다. 핵심 영업팀원 7명 중 6명이 동시에 퇴사했다. 2년간 ‘을’의 입장에서 일하며 불만이 쌓였지만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동시퇴사를 단행했다. 당시 맥캘란 수입·공급사였던 맥시엄코리아(현 에드링턴코리아)의 경영진은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같은 업계에서 수년간, 때론 십여 년간 함께 일하며 생겨난 끈끈함은 분명 맥캘란 성공의 원동력이었지만, 한두 명이 불만을 드러내면 급격하게 분위기에 휩쓸리는 약점도 있었다는 것이다. 사적관계와 공적업무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사상 초유의 ‘동시 퇴사’ 사태를 수습하면서 사내에서는 반드시 ‘형, 동생’이 아닌 직함으로만 부르도록 했고 ‘호형호제’는 곧바로 해고사유가 됐다. 회사 분위기는 곧바로 수습됐고, 오히려 사조직처럼 별도로 모이는 분위기가 사라지면서 영업시스템 전체가 다시 안정화됐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싱글몰트#맥캘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