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칼럼/김억]한국의 미래, 미래도시로 보여주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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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억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김억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터쇼를 가보면 자동차의 미래를 알 수 있다.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인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에 가보면 전자제품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국가의 미래 콘셉트는 어디에서 느낄 수 있을까? 도시다.

얼마 전 동아일보에 브라질의 ‘쿠리치바’라는 생태도시에 대한 글이 소개됐다(4월 30일자 염재호 교수가 쓴 ‘동아광장’). 평소 ‘미래도시’에 관심을 가져온 필자로서는 매우 반가운 내용이었다.

쿠리치바는 브라질의 미래도시다. 쿠리치바 지자체와 시민들은 가난한 지방도시를 친환경 생태도시로 변모시키고, 저예산으로 시민친화적인 편리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개발했다. 프랑스의 라데팡스, 스페인의 발렌시아, 스웨덴의 예테보리,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등도 혁신을 통해 미래도시로 재탄생한 사례들이다.

미국 스위스와 일본도 정부 주도하에 지자체 경제단체 건축가 예술가 생태학자 역사학자 시민들의 지혜를 모아 생태적인 미래도시 개발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중국도 중앙정부 주도하에 3000개 이상의 도시를 동시에 미래도시로 개혁하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래도시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커가는 중이다. 구글, 필립스, 지멘스 같은 선진국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 그리고 최근에는 자동차 회사들까지 미래도시를 열심히 연구한다. 미래도시는 스마트기술 및 미래교통기술과 깊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래교통기술은 공해 없는 친환경 자동차, 지능형 교통체계, 자동운전이 가능한 자동차 연구 등을 목표로 한다. 자동차 기업 중 아우디는 미래도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아우디 미래도시 공모전(Audi Urban Future Award)’을 매년 개최한다. 혼다는 661만1570m²(약 200만 평)에 달하는 숲 속에 자동차박물관, 연구소, 전시관, 어린이 놀이시설 등을 지어 놓고 친환경 자동차 회사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홍보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며 미래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출범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논의는 아직까지는 산만하고 모호하다. 개념이 구체화되려면 아파트 모델하우스처럼 뭔가 샘플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고 첨단기술과 교통이 구현된 한국형 소규모 미래도시들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사실 한국의 많은 신도시도 미래도시를 표방했지만 막상 가보면 회색빛 아파트 단지가 성냥갑처럼 들어서 있는 천편일률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서울 부산, 심지어 제주에 가도 도시들이 특색을 갖지 못하고 획일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송도신도시도 야심 차게 미래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선진국의 건축학자들은 송도 프로젝트에 대해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위한 창조적인 노력 등이 부족하며 주변 환경과 이질적인 도시풍경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야심 차게 기획된 특구계획들과 기업도시들도 이렇다 할 실적을 보여주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것도 이유지만 계획들이 지나치게 중소기업 위주로 추진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특구사업의 발상은 아직도 유의미하다. 지방 신도시 개발이나 리모델링에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자. 어차피 대기업은 회사들의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 특정 지역에 투자를 집중한다. 이러한 기회를 특구나 기업도시 개발로 유도해보자는 것이다.

단, 미래는 공존이다. 대기업의 자금력과 자원을 투자하되 농민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공존과 동반성장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 현재 특구사업의 인허가권은 기획재정부에서 중소기업청으로 이관되어 있다.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되 대기업을 포용하는 대국적 자세를 보여줬으면 한다. 미래도시, 대한민국의 모델하우스가 될 수 있다.

김억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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