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오랜만입니다]<2>신작 ‘그날들’로 대학로 복귀한 극작가 장유정 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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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광석 노래 25곡 깔리는 주크박스 뮤지컬 즐겨보세요

스토리로 가득찬 창작노트 5년 만의 신작 뮤지컬 ‘그날들’을 준비 중인 작가 겸 연출가 장유정 씨. 지난해 5월부터 작업했다는 그의 창작노트에는 숱한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장 씨는 “20년의 시차를 두고 벌어진 두 사건을 연결하는 미스터리 구조라 보통 작품 쓸 때보다 세 배의 노력이 들었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스토리로 가득찬 창작노트 5년 만의 신작 뮤지컬 ‘그날들’을 준비 중인 작가 겸 연출가 장유정 씨. 지난해 5월부터 작업했다는 그의 창작노트에는 숱한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장 씨는 “20년의 시차를 두고 벌어진 두 사건을 연결하는 미스터리 구조라 보통 작품 쓸 때보다 세 배의 노력이 들었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한국 문화의 위상을 드높였던 지난해. 국내서도 한국영화 관객이 처음 1억 명을 돌파했고, 혜민 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150만 권이 넘게 팔렸다. 올해도 강호의 고수들이 문화계를 호령하기 위해 ‘칼’을 갈고 있다. 그들의 새해 출사표를 들어본다.》

뮤지컬 극작가 겸 연출가이자 영화감독인 장유정(37)이 신작 뮤지컬 ‘그날들’로 대학로로 돌아온다. 2008년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이후 신작으로는 5년 만이다. 이번에도 장 씨가 쓰고, 연출한다.

사실 ‘돌아온다’는 표현이 딱 맞지는 않다. 내놓는 뮤지컬마다 흥행에 성공해 장기 공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과 2007년 선보인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와 ‘김종욱 찾기’는 현재도 대학로에서 무기한 공연 중이다. ‘형제는…’도 지난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에서 3개월 장기공연을 펼쳤다.

2일 서울 홍익대 근처 카페에서 만난 장 씨는 그동안의 공백기에 대해 “2009년에는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현재의 ‘리걸리 블론드’)를 연출했고 2010년에는 ‘김종욱 찾기’를 영화로 만들면서 시나리오 각색과 연출을 맡았고 2011년에는 전국체육대회 개·폐회식 부감독에다 방송 활동으로 제법 바쁜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 대신 지난 한 해는 꼬박 신작에 공을 들였다. ‘그날들’은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사랑했지만’ ‘먼지가 되어’ 등 가수 고(故) 김광석이 부른 노래 25곡을 곁들여 만든 주크박스 미스터리 뮤지컬. 이다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해 4월부터 6월 말까지 ‘대학로 뮤지컬센터’ 대극장(1000석)에서 개관작으로 공연한다.

한중수교 2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대통령의 딸과 수행 경호원이 함께 실종되고, 사건 해결에 투입된 청와대 경호팀장이 20년 전 자신의 파트너가 경호를 맡았던 정체불명의 여인과 함께 실종된 사건을 떠올리고 두 사건의 연결성을 파헤쳐 간다는 내용이다. 관건은 김광석의 노래가 얼마나 이야기에 착착 들러붙게 만드느냐 하는 것. 주크박스 뮤지컬의 태생적 한계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장 씨에게도 첫 도전이다.

“고인의 노래가 사실 많지 않아요. 쓸 수 있는 곡이 48곡인데, 고인이 부른 것으로 추리면 더 적죠. 그중에 25곡을 골랐어요. 극에서 원곡이 가진 힘을 유지하면서 이를 뛰어넘도록 하는 게 과제죠.” 장 씨는 김광석 노래의 다른 느낌을 찾기 위해 다른 가수가 부른 김광석 노래도 빠짐없이 들어보고, 여러 악기로 직접 연주도 해봤다고 한다.

사실 장 씨는 김광석의 열혈 팬이었다. 뮤지컬 ‘형제는…’에서도 원래는 김광석이 부른 노래를 뮤지컬 넘버로 쓰려다가 저작권 문제 때문에 쓰지 못했다. ‘그날들’의 이야기 뼈대는 이미 2010년에 구상했다.

“그해 영화 ‘김종욱 찾기’로 지방을 돌 때 제게 경호팀이 붙었어요.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해 가까이 다가갔어요. 어느 날 우연히 우락부락하게 생긴 경호원이 슬라이드식 휴대전화를 여는 걸 옆에서 봤는데, 키패드 끝에 귀여운 곰 스티커가 붙어 있는 거예요. 그게 너무 인상적이어서 누군가를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야기는 고인에 대한 장 씨의 마음과 겹친다. “고인의 친구 분들을 자주 만났는데, 친구를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갖고 계셨어요. 저도 고인의 노래를 들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지만 정작 그를 못 지켜준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거든요. 그래서 작품 속에 ‘지켜주지 못한 사람에 대한 미안함’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함을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한 위로’를 담았어요.”

장 씨는 이 작품이 자신에게는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했다. 5월부터 작업에 매달리고 있는데 무척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는 것.

“행복해서 글을 쓰다가 저절로 웃음이 나올 때도 많았어요. 그런 행복한 마음이 대본을 통해 배우들에게도 전달될 것이고, 배우를 통해 관객에게도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장유정#그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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