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Hot 피플]인도 영화배우 아미르 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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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사회 심장부를 겨냥한 토크쇼 스타

인도 발리우드 스타 아미르 칸이 자신의 TV쇼 ‘진실만이 승리한다’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출처 프리세리알
인도 발리우드 스타 아미르 칸이 자신의 TV쇼 ‘진실만이 승리한다’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출처 프리세리알
“나는 (배우로서) 사람들을 웃길 수도, 울릴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어떤 문제에 대해 사람들의 생각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

7월 29일 인도에서 인기리에 종영된 TV 시사토크쇼 ‘진실만이 승리한다’(이하 진실)의 진행자 아미르 후사인(47)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영화 ‘세 얼간이’(2011년)로 국내 영화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그는 인도 영화계의 3대 ‘칸’(Khan·회교권에서 위대한 인물에게 붙이는 칭호)으로 불리며 20년 넘게 발리우드(봄베이+할리우드·인도 영화산업을 통칭하는 말) 대표 스타로 활약해 왔다. 그는 본명 대신 ‘아미르 칸’으로 더 유명하다.

칸이 5월 6일부터 진행한 ‘진실’은 매주 일요일 오전 총 5억 명의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전국적인 인기를 누렸다. 미국의 유명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처럼 방청객 앞에서 진행자와 게스트가 대화하는 형식인 ‘진실’의 흥행 비결은 카스트 같은 신분제도, 결혼지참금 문제 등 인도 내 고질적인 사회 이슈를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5월 6일 낙태수술을 집중 조명한 ‘딸도 소중하다’ 편. 남아 선호 사상이 강한 인도에서는 여아 불법 낙태가 흔하다. ‘진실’은 낙태수술을 해온 의사 100여 명을 7년간 비밀리에 취재해 온 기자 2명을 초대해 이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여기에 악명 높게 더딘 인도의 재판과정 탓에 불법 행위로 고발당한 의사들이 버젓이 의료 행위를 하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여졌다. 방송이 나간 후 불법 낙태 현장이 있는 곳으로 지목된 서북부 라자스탄 주 총리는 진행자 칸을 직접 만나 “해당 사건을 특별 법정으로 이관해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영화배우 칸이 시사 토크쇼를 진행하게 된 데는 논쟁적인 영화를 직접 제작하는 한편 각종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발언해 온 개인적 이력이 크게 작용했다.

칸은 1988년 데뷔 후 로맨틱 영화의 주연을 주로 맡았지만 2001년 자신이 처음 제작한 영화 ‘라간(Lagaan·토지세라는 뜻):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인디아’를 계기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도 오른 ‘라간’은 영국 식민지 시절 영국인들의 착취로 고통받는 인도인의 현실을 다룬 작품이다.

또 칸은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에 정기칼럼을 기고하고 반부패 캠페인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해왔다. 지난달 16일에는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직접 만나 카스트 최하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이 분뇨 처리를 도맡아 하는 악습을 없애달라고 정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진실’에서 의료사고 문제를 다룬 ‘모든 생명은 고귀하다’ 편을 방영한 후에는 의회에 출석해 의료보험제도의 문제점을 증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진실’의 흥행에는 소외된 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사연을 전하면서 함께 아파하는 칸의 ‘공감 능력’이 큰 몫을 했다는 평이다. 아들을 낳지 못해 남편에게 구박받는 여성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다가 눈물을 훔치는 칸의 모습을 보면서 인도의 시청자들은 함께 눈물을 흘렸다.

칸은 “소외된 이웃에게 무관심한 인도 주류사회 구성원들이 방송을 보면서 반성하길 바라는 것이 ‘진실’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계급 사회가 아직도 남아 있을 정도로 변화가 더딘 인도에서 문제를 단지 전달하고 해석하는 것에서 벗어나 해결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칸의 삶은 ‘미디어가 세상을 바꾸는 또 다른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글로벌 핫 피플#아미르 칸#인도#발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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