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게일 콜린스]총기규제 거꾸로 가는 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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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일 콜린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게일 콜린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내가 가장 존경하는 미국의 영웅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추구하는 이상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간 이들이다. 1950년대 흑인 평등권 운동가나 몇 세대에 걸쳐 활동한 여성 참정권 지지자들이 대표적이다. 요즘은 총기규제를 위해 뛰는 사람들을 들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비극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콜로라도 주의 유일한 총기규제 촉구 단체인 ‘시스파이어’에서 일하는 톰 마우저 씨는 총기규제가 이뤄지지 않아 잇따라 난사 사건이 터지고 있는 것을 개탄하며 이렇게 말했다. 시스파이어 회원들은 콜로라도 주 총기난사 사건이 터진 후 전화나 기자회견, e메일 보내기 등을 통해 행동을 개시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아니면 호소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캐럴린 매카시 하원의원의 말이다. 매카시 의원은 대량살상 공격용 개인화기 판매 금지에 정치 인생을 바치고 있다.

매카시 의원은 무차별 총기난사로 남편을 잃었다. 어느 날 한 광기 어린 사람이 그녀의 남편과 아들이 탄 롱아일랜드 철도의 기차에 올라 총을 난사했다. “아들이 누워있는 병상을 붙잡고 총상을 입은 아들이 과연 밤을 날 수 있을지 걱정하던 때가 불현듯 떠오릅니다. 제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날로 돌아가게 돼요.”

총기규제 노력이 인기를 끌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전미총기협회(NRA)가 미국 역사를 통틀어 가장 영향력 있는 로비단체로 성장하기 이전이었다. NRA는 이제 너무도 영향력이 크고 성공적이어서 요즘에는 공항 로비에서 총기 소지를 허용하는 법을 제창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형 총기사건이 너무 자주 터져 알지도 못하고 지나가기 일쑤다. 최근 터스컬루사에서 벌어진 사건을 기억하는가? 한 총격자의 개인화기에 의해 호프집에서 17명이 총탄을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총기규제 지지자의 투쟁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끔찍한 총기사고가 나도 정치권은 관심이 없다.

다른 나라 사람은 미국에서 총기규제가 이뤄지지 않아 총기난사 사건이 잇따르는 것이 의아하고 충격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미국 총기난사의 심각성을 실제 10%도 모를 것 같다. 대부분의 미국인조차 국회가 최근 총알을 재장전하지 않고 100발 이상 발사할 수 있는 총기류를 금지하는 법안에 대해 심의조차 거부했다는 사실을 모른다. 또 국회가 테러리스트 명단에 있는 사람들의 무기 구입을 제한하는 권한을 법무장관에게 부여하는 법안을 부결시켰다는 사실도 모른다. 미국은 총기규제에 관해서는 정상 국가가 아니다.

오로라 총기난사 사건 이후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대통령 후보가 피해자와 가족에게 동정심과 유감만 표시한 것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당신들은 아픔을 느낀다면서 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요?” 그의 화난 말투가 이어진다. “롬니 후보는 주지사 시절 공격용 개인화기 소지를 금지했지만 지금은 지지한다죠.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되면 공격용 화기 금지 법안을 재도입하겠다고 하더니 지금까지 실제로 시도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대통령 후보들은 총기 문제를 ‘돈 많고 험악하고 약간 비정상적인 로비그룹 NRA’와 그들에 맞서 진정서만을 들고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는 운동가 사이의 대결 정도로 본다.

그래도 총기규제 운동가들은 누군가 먼저 깃발을 들고 나서지 않으면 상황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사명감으로 분투하고 있다.

게일 콜린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총기규제#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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