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취업에 유리”… ‘닥치고 수술’ 권유, 한국 성형외과들 왜 이러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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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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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산업부 기자
정지영 산업부 기자
“8월에 취업지원서를 내려면 서둘러야 해요. 코를 높이면 지적으로 보이죠. 눈 앞부분을 약간 째는 앞트임 시술을 하면 똑 부러진 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A성형외과 상담실장)

하반기 취업시즌을 앞두고 기자는 ‘취업성형’의 실상을 알아보기 위해 최근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서울 신촌과 강남 일대 성형외과 10곳을 직접 돌아봤다. 방학 전이었지만 병원은 앳된 얼굴의 20대 여성들로 북적였다. 간혹 젊은 남성도 눈에 띄었다.

신촌의 한 성형외과 의사는 기자에게 대뜸 성형을 권했다. 의사와 3분 정도 면담이 끝나자 상담실장이 나서서 성형수술로 자연스럽고 세련된 인상을 만들면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눈이 작지는 않은데 눈길이가 28mm로 약간 짧고 짝눈이에요. 눈 안쪽에 몽고주름이 있어서 약간 답답해 보이는데 앞트임을 하면 면접관에게 똘똘한 이미지를 줄 수 있지요. 이왕 하는 김에 피부 레이저 시술까지 하면 인상도 밝아져요.”

서울의 성형외과 10곳을 돌며 “성형할 필요 없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조언하는 의사는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코 수술을 하면 턱 보톡스는 공짜로 해주겠다” “쌍꺼풀, 앞트임, 코를 다 합해 250만 원에 맞춰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은 들었지만 “부작용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설명은 없었다. 병원마다 내놓은 취업성형의 처방과 비용도 제각각이어서 혼란스러웠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6년부터 5년 동안 서울에서 가장 많이 늘어난 진료과목은 성형외과다.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외모는 취업과 무관하다”고 입을 모으지만 취업준비생들에게 취업성형은 영어, 제2외국어, 자격증 등과 함께 취업문을 뚫는 하나의 ‘스펙’이 됐다. 네이버의 한 취업카페는 성형외과와 제휴해 성형 상담 게시판을 운영하고 성형 할인 혜택까지 제공할 정도다.

취재 도중 만난 한 의사는 “예쁘면 옷을 사러 가도 대접받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성형수술을 기다리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우리가 고쳐야 할 것은 외모가 아니라 ‘획일적인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와 ‘내면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지영 산업부 기자 jjy2011@donga.com
#성형외과#취업#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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