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윽박지르기식 경제민주화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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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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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산업부 기자
정세진 산업부 기자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민주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개념이 모호하다”고 전제하긴 했지만 “기업을 옥죄는 도구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경제계 원로로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이지만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경제 민주화 입법에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본보 20일자 B1면 “경제민주화 개념 모호해 기업 옥죄는…”

사실 경제 민주화라는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 헌법 119조 2항이 ‘국가는…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조항에는 적정한 소득의 분배,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등의 내용도 들어있다. 이를 근거로 여야 정치권은 경제 민주화 입법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경제계는 경제 민주화는 자유시장경제질서 원칙을 밝힌 헌법 119조 1항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CJ그룹 회장이기도 한 손 회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한국경제의 발전 과정에서 부(富)가 일부 대기업에 집중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정치권과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부의 집중’을 어떤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공정거래법을 강화하고 법인세를 인상하는 것보다 기업이 윤리의식을 갖고 상식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일자리를 늘려야 근본적인 부의 재분배가 가능하다는 경제계의 주장과 궤(軌)를 같이 한다.

법과 규제의 잣대로 기업 오너들의 경영권을 제한하고 세금을 더 걷는 방식이 효과적일지,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투자를 유도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방식이 나을지는 결국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다.

하지만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처럼 일방적으로 “대기업이 반성하라”고 하거나 경제 민주화 입법에 의견을 내겠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향해 “경제쿠데타적 발상”이라며 윽박지르는 것은 경제 민주화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발언에는 기업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을 자극해 표로 연결시켜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물론 그런 불신은 기업들이 자초한 면도 있다. 손 회장이 인터뷰에서 지적한 것처럼 거대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만 내면 기업의 역할을 다했다는 정도의 인식으로는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을 불식시킬 수 없다. 기업들이 상식적인 경영을 토대로 기업시민의 일원으로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자세를 자발적으로 가져야 할 때다.

정세진 산업부 기자 mint4a@donga.com
#경제민주화#경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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