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길 명품 길]<11>탤런트 민욱 씨의 서울 동작 충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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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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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풍광에… 숲길 바람 솔솔… “부모님 모시고 와 보세요”

1일 서울 동작구의 충효길을 걷고 있는 탤런트 민욱 씨. 길 중간에서 시원한 한강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일 서울 동작구의 충효길을 걷고 있는 탤런트 민욱 씨. 길 중간에서 시원한 한강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울 동작구 고구동산에서 노량진역까지 10.5km 길이로 조성된 동작충효(忠孝)길. 국립서울현충원 뒷길을 걷다가 사육신역사공원을 지나는 충효길 1∼3코스는 6월 호국보훈의 달에 걸어 볼 만한 곳이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다정한 아버지 역할로 익숙한 탤런트 민욱 씨(65)와 1일 충효길을 걸어봤다.

○ 강변 경치 사이로 솔바람 솔솔

지하철 9호선 ‘노들역’ 4번 출구로 나오면 충효길 입구가 보인다. 5분 남짓 계단을 밟고 올랐을까. 풀과 나무 향기가 가득하다. 결혼 이후부터 동작구에 정착해 35년을 살았다는 민 씨가 성큼성큼 앞서 걸으며 충효길을 안내했다. 운동도 하고 머리도 식힐 겸 자주 걷던 길이라고 했다.

고구동산에 오르니 서울 한강대교를 중심으로 강변이 한눈에 들어왔다. 남산보다 낮은 위치인데도 전망이 좋았다. 동작구는 이곳에 서울 천문대를 유치해 별도 보고 야경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 계획이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더운 날씨였다. 그러나 잠시 숲 속 쉼터에 앉으니 금방 땀이 식는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다”는 민 씨의 말 그대로였다. 벚나무 아까시나무 느티나무 등이 울창한 나무 사이로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민 씨가 자신의 아파트를 가리키며 말을 잇는다.

“요즘에도 술 한잔 하고 아파트 입구에 서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아버지가 아침마다 요양센터로 가는 차를 타시던 곳이에요. 매번 혼자 가시라 하고 뒤를 따라갔는데 나중에 그 짧은 길을 잃으시더라고요.”

○ 효도를 생각하는 산책

나란히 걷던 민 씨가 8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유독 아버지 사랑이 깊었어요. 어머니는 회초리를 들어도 아버지는 아들이 아까워 못 때리셨어요. 그랬던 아버지가 치매로 TV에 나온 아들을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민 씨 아버지는 전남 해남에서 농사를 짓던 촌부였다. 재수를 하러 서울로 간 외아들이 대입 시험을 앞두고 배우가 되겠다고 나섰다. 1967년 당시 연극학원 한 학기 수강료가 7만 원. 대학 등록금과 맞먹는 돈을 건네시며 묵묵히 아들의 꿈을 응원하실 뿐이었다.

대입 시험을 앞두고 아버지와 함께 한 동네 작은할아버지 댁에 인사를 갔다. 예상대로 “독자가 광대 짓을 하겠다는 거냐”는 격한 호통이 떨어졌다. 하지만 아버지는 침묵으로 아들을 응원할 뿐 할아버지의 지적에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꼭 배우로 성공하겠다고 수없이 다짐하게 된 계기다. 민 씨는 1972년 한혜숙 씨와 함께 ‘춘향전’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져 집안에서 인정받았다고 한다.

늘 아버지를 생각하던 민 씨에게 충효길은 이름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곳이다. 고구동산길(1코스)은 현충원길(2코스)로 이어진다. 국립서울현충원 묘역을 지나 현충원을 둘러싼 등산로와 만난다. 이어진 한강나들길(3코스)은 ‘효’를 주제로 하고 있다. 이 길에는 조선 세종 때 우의정을 지낸 노한(盧7)이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3년 상을 치렀다는 정자인 효사정(孝思亭)이 있다. 나머지 구간인 노량진길(4코스)∼보라매길(5코스)∼동작마루길(6코스)∼까치산길(7코스) 14.5km는 올해 안에 조성이 완료된다.

충효길에는 수화기 모양을 한 효도전화의자 9개가 설치돼 있다. 앉아서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한 통 하자는 뜻에서다. 의자에 앉아 민 씨가 다시 ‘효’를 이야기한다.

“내 자식 키우느라 살아계실 때 아버지와 여행을 자주 못 다닌 게 제일 아쉬워요. 아버지랑 뒷산이라도 자주 걷도록 해 봐요.”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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