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경기 여주고 3학년 김태호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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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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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개념정리부터 다시… 꿈을 향해 ‘거북이 달린다’
전교 181등으로 입학해 전교 2등으로 도약…
수학 개념 이해하려 ‘나만의 노트’ 만들어 공부

김태호 군의 수학개념노트(왼쪽)와 포스트잇을 활용해 공부한 과학문제집(오른쪽).
김태호 군의 수학개념노트(왼쪽)와 포스트잇을 활용해 공부한 과학문제집(오른쪽).
《거북이. 경기 여주고 3학년 김태호 군(18·사진)은 스스로를 우화 ‘토끼와 거북이’의 거북이 같다고 생각한다. 김 군은 고등학교 입학 당시만 해도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 전혀 아니었다. 입학성적은 231명 중 181등. 출발에선 뒤처졌지만 거북이처럼 한눈팔지 않고 꾸준히 목표를 향해 내달렸다. 입학과 동시에 거의 매일 오후 11시까지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한 뒤 집에서 더 공부했다. 결국 올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표준점수 총점으로 인문계열 전교 2등에 올랐다. 입학 때 181등이었던 그는 어떻게 모의고사 성적을 전교 2등까지 끌어올렸을까.》

○ 흔들린 수학, 정체에 빠진 과탐


고등학교 공부는 만만치 않았다. 김 군의 1학년 1학기 주요 과목 내신 성적은 국어 2등급, 수학 2등급, 외국어 3등급. 입학성적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지만 사회 5등급, 과학 4등급을 받아 전체 평균등급은 크게 떨어졌다. 2학기에는 주요 과목 성적도 떨어졌다. 국어 3등급, 수학 3등급, 영어 4등급을 받았다.

“내신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 목표한 상위권 대학 진학이 힘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민 끝에 정시 지원을 목표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를 중점적으로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김 군은 ‘배수의 진’을 쳤다.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정지시켰다. 하지만 2학년 3월 사설 모의고사에서 수리영역 4등급을 받자 충격에 빠졌다. 수학을 좋아해 1학년 때 모의고사에서 1, 2등급을 받았지만 2학년 첫 모의고사에서 성적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과탐도 마찬가지였다. 2학년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만 해도 화학Ⅰ이 6등급이 나오는 등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 뒤로 화학, 생물 교과서의 기본 개념을 모두 암기하며 꾸준히 공부했지만 모의고사 성적은 2, 3등급만 맴돌았다.

“수시모집이 확대됐는데 수능이 쉬워져서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나오니까 ‘잘못된 선택을 했나’라는 생각에 불안했어요. 방법을 찾아야 했어요.”

○ ‘개념노트+기출문제’로 돌파

김 군은 자신의 공부법을 돌아봤다. 지금껏 수학은 문제를 많이 풀고 시험에서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나오면 기계적으로 공식을 대입해 답을 찾는 방법으로 연마해왔다. 하지만 문제풀이만 반복해서는 여러 개의 수학개념을 동시에 적용해 풀어야 하는 고난도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탐구과목을 암기과목으로 생각하고 접근해서는 최상위권 성적을 받기 어렵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수능 과학탐구 영역 출제지침에 ‘과학탐구 영역은 교과학습을 통해 형성된 탐구 능력 및 과학 문제의 해결 능력도 평가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다.

김 군은 수학 개념정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공통수학부터 수2 기하와 벡터까지 모든 수학개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을 읽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노트 한 권에 주요 개념을 정리하는 ‘단권화’ 작업을 했다. 개념정리를 한 뒤에는 수리 수능 기출문제를 풀 때 ‘이 문제는 어떤 수학 단원의 개념을 활용해 나온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각각의 수학개념을 문제풀이에 적용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과탐도 문제에서 어떤 상황이 주어지거나 그래프 등의 자료가 나오면 어떤 단원의 개념에서 문제가 출제됐는지를 먼저 생각하려고 했다. 이때 자신의 사고과정을 분석해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를 포스트잇에 적어 따로 정리했다.

“이해가 안 되는 기출문제는 해설 인강(인터넷 강의)을 찾아서 들었어요. 그냥 듣기만 하면 강의를 들을 때는 이해되는 것 같지만 정작 혼자 문제에 적용하기 힘들 때가 많아요. 그래서 수업을 들으면 핵심내용은 반드시 개념노트에 정리했어요.”

○ 이번엔 언어…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김 군은 3학년이 되면서 인문계열로 전과했다. 그는 수학이 좋고 ‘자연계열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인터넷 게시판 글 등을 보고 깊은 고민 없이 자연계열로 진학했었다. 그러던 중 2학년 때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철학교양서인 ‘철학콘서트’ 같은 책을 읽으면서 인문학에 관심이 생겼다. 특히 ‘10년 후 한국’이란 도서를 읽고 나선 자신도 한국의 정치, 사회, 교육 등 여러 분야를 종합적으로 진단하면서 대처법을 제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런 관심은 경제학과 진학이라는 뚜렷한 목표로 이어졌다. 진로를 결정하고 꾸준히 공부하자 성적이 달라졌다. 올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수리와 화학Ⅰ, 생물Ⅰ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다. 백분위로 전국 상위 1%대 성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언어영역이 문제였다. 줄곧 2등급이 나오다 4등급으로 떨어진 것. 문제점을 찾던 김 군은 수학과 과학 공부법처럼 언어도 문제풀이 양과 기술이 아니라 독해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능이 200일도 남지 않았지만 김 군은 요즘도 거북이처럼 새로운 언어 공부법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다. “요즘은 매일 한 시간씩 경제 등 비문학 책을 읽으며 핵심 내용을 빠르게 찾는 훈련을 해요. 수능 시험장에 들어가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거예요.”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글·사진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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