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자유시장에선 선보다 악이 먼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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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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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는 어떻게 우리를 구할 것인가/스티브 포브스, 엘리자베스 아메스 지음
김광수 옮김/360쪽·1만5000원·아라크네


‘자본주의는 악이다(Capitalism is Evil)’라는 구호가 오늘날 반(反)월가 시위 구호에 등장하고 있다. 이런 시위대에서 나옴 직한,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질문들에 답하는 형식으로 쓴 자본주의 변론서다.

비즈니스 잡지 ‘포브스’의 발행인인 저자가 목차로 구성한 질문들은 직접적이고 도발적이다. 먼저 ‘자유시장은 약자에게 타격을 입히지 않는가.’ 자유시장의 반대자들은 경제가 격변을 겪을 때마다 저소득 근로자가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고 비판한다. 저자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집을 잃게 된 저소득층의 가슴 아픈 사례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만약 정부가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추거나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장려하지 않았다면, 시장이 무분별하게 왜곡돼 서브프라임 시장이 파탄 나는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1970년대 미국에서는 저소득층에 대한 은행들의 대출이 인색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돼 ‘지역 재투자법’이라는 법까지 나왔다. 그 당시의 정서가 작동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는 미국 주택도시개발부까지 나서 저소득층에 계약금 없이 대출하도록 금융회사를 독려했다는 것이다.

‘부자가 더 부유해지는 동안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늘어나지 않았나.’ 자본주의 비판가들은 미국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이 부자들에게나 유익할 뿐 빈민들은 오히려 기반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소득 분배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지니계수가 미국에서 2005년에 사상 최고였고, 빈곤선 이하 인구 비율이 1960년대 이후 거의 줄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같은 소득 불균형에 대해 ‘저소득 인구의 이민이 늘어난 효과가 큰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특정 시점의 소득 분배 불균형이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나타나는 소득 변동성을 쫓아가 보면 1996년에 미국에서 세금 환급을 신청했던 저소득층의 거의 절반이 2005년에는 그보다 상위 소득층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자국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199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 베이 브리지’를 건설할 때 비싼 국내 철강을 사용하도록 규제했다.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 주 납세자들은 4억 달러라는 엄청난 비용을 더 지불했다. 철강회사는 횡재를 했지만 다른 사업에 쓰일 자본까지 고갈됐다. 보호주의는 결과적으로는 상대국의 보복 조치를 불러 다른 일자리를 잃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보호주의’란 몇몇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나머지 모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정치적 편애의 완곡한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자유시장에서는 창조 성장 파괴가 동시에 일어나지만 파괴가 먼저 눈에 띈다”며 “기업가적 혁신이야말로 자유사회의 가장 중요한 ‘천연자원’”이라고 강조한다. 자본주의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옛 소련이나 쿠바 등의 사례에서 봤듯이 다른 체제보다는 건강하다는 것이다.

66개의 질문으로 구성돼 있어 항목별로 ‘과연 자본주의란 건강한 체제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신자유주의 입장을 강하게 반영한 책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을 필요가 있다. ‘1970년대의 외벌이 가정보다 요즘의 맞벌이 가정이 살기가 더 힘들지 않은가’ 등 몇몇 장에서 ‘개인의 근검절약과 행복감’같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어 눈에 거슬린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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