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발리 나스르]아랍의 봄이 실패한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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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나스르 터프츠대 교수 뉴욕타임스 기고
발리 나스르 터프츠대 교수 뉴욕타임스 기고
아랍의 봄은 중동 정치에선 희망의 (새로운) 장(章)이다. 하지만 이 지역의 역사는 어두운 결과를 예고하고 있다. 아랍 세계에선 최근까지 권력 배분이나 민주주의로의 평화적 정권이양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독재정치가 몰락한 뒤 싹트는 민주주의는 폭력 및 정치적 불능과 마주치기 쉽다. 중동사회에서는 특히 독약 같은 종파적 분화가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시리아의 오늘 모습도 이런 격변의 한 귀퉁이에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잔혹성은 정권을 잡은 소수의 알라위파(시아파의 한 분파)와 대다수 수니파의 위험한 간극을 더 크게 벌리고 있다. 아사드가 라마단 성월의 전야인 7월 31일 하마 시의 수니파를 학살한 것은 종파적 갈등을 부채질해 분열을 노리는 것임에 틀림없다. 수니파 극단주의자들은 이라크 접경 도시에 거주하는 알라위파 가족과 기업을 공격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런 모습은 시리아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종파에 따른 권력투쟁으로 촉발된 역동성은 아랍의 봄에 대한 희망을 압도할 가능성이 크다. 중동 전체의 밑바닥에 흐르는 시아파 이란과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권력투쟁도 이미 시작됐다.

중동 문제의 출발점은 식민지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 행정관들은 종교와 인종적 다양성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소수파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기 위한 인위적인 조작에 나섰다. 아랍 국가들은 아랍 민족주의 기치 아래 하나로 뭉친 체제를 약속했지만 이들이 독재로 돌아서면서 전쟁에도 이기지 못했고 통치에도 실패했다. 종파적 편견만이 확대됐을 뿐이다.

최근 민주주의, 국가적 단합과 존엄성을 주장하는 대중의 요구는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 아랍의 봄은 종파적 분화가 오래 지속된 국가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은 교묘하게 대중을 억압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소수파인 수니파가 불안에 떠는 동안 레바논,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내부의 소수파인 시아파는 더 많은 권리 보장을 요구했다.

수니파 이슬람의 보호자로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30년간 이란의 시아파 신정정치를 최대의 적으로 간주했다. 시아파 무장세력 헤즈볼라의 정권 탈취는 사우디를 분노케 했다. 아랍의 봄 눈사태를 우려한 사우디는 바레인을 명백한 금지선(Red Line)으로 설정했다. 시아파 대중이 민주주의 시위를 벌여 수니파 정권을 몰아낼 것을 우려한 것이다. 사우디는 시위를 억압했던 수니파 정권을 지지하면서 이란에 대해 “전쟁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며 바레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라크와도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우디로서는 레바논과 바레인에서의 종파적 투쟁 결과에 대해 우려할 만하다. 시리아에선 이란이 그런 처지다. 양측은 시리아의 운명이 지역 내 서열을 결정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베이루트(레바논)에서 마나마(바레인)에 이르기까지 지속되는 유혈 분쟁과 암살, 폭탄테러, 종파 청소 및 난민 문제는 불안정과 지역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이는 희망적인 아랍의 봄을 끝낼 수도 있다. 벌써부터 양측 진영 극단주의자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종파 간의 긴장을 분산시키는 노력이야말로 지역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레바논에서는 종파적 갈등 대신 시아파와 수니파 기독교인 간의 권력 분배가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레바논은 1932년에 실시했던 마지막 인구 총조사를 바탕으로 권력을 분배했다.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만큼 베이루트의 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것은 현실을 반영한 올바른 권력배분이라고 할 수 있다.

발리 나스르 터프츠대 교수 뉴욕타임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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