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철새 보험설계사’ 고객피해 줄어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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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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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철새 설계사’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철새 정치인도 아니고 웬 철새 설계사냐고요. 이는 높은 판매수수료를 좇아 이 보험사 저 보험사 옮겨 다니는 설계사를 이르는 말입니다. 보험사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양산되기 시작해 이제 보험업계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죠. 업계에 따르면 2009회계연도에 두 번 이상 소속 회사를 옮긴 보험 설계사는 1만6039명으로 전체 설계사의 3.2%에 달합니다. 3회 이상 회사를 옮긴 설계사도 2228명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들어 더욱 급증하는 추세로 2005년 1년에 2회 이상 이직한 설계사는 3600여 명에 불과했지만 2009년에는 1만6000여 명으로 4년 새 무려 4배 이상 늘었습니다.

문제는 철새 설계사가 보험 가입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입니다. 한 설계사가 다른 보험사나 대리점으로 떠나면 그 설계사가 맡고 있던 고객은 이후 아무런 계약 관리를 받지 못하는 ‘고아 계약자’로 전락하고 맙니다. 안부 문자는 고사하고 꼭 알아야 할 계약 보험 정보마저 제대로 안내받지 못하죠. 또 보험 계약은 오래 유지할수록 좋은 법인데 일부 철새 설계사는 회사를 옮긴 후 자신이 맡아왔던 고객에게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자신이 옮긴 회사의 새 보험을 들도록 부추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험사들도 철새 설계사 문제를 잠자코 지켜만 볼 수 없었나 봅니다. 생명보험협회는 다음 달부터 설계사 이력관리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모든 보험사 소속 설계사의 동의를 받아 이들이 몇 번이나 보험사를 옮겨 다녔는지, 보험료 횡령 등은 없었는지, 고객에게 중요한 계약 정보를 알리지 않아 해약된 적은 없었는지 등의 정보를 모을 예정입니다. 이제 보험사들은 새 설계사를 채용할 때 그가 얼마나 믿을 만한지 검증할 수 있게 된 셈이죠. 손해보험협회도 내년 초부터 이 같은 시스템을 운영할 방침입니다.

물론 이 조치로 철새 설계사 문제가 근절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수 설계사를 붙잡기 위한 보험사 간의 경쟁은 끊임없이 벌어질 테고 설계사 개인의 이직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하지만 첫걸음은 되리라 기대합니다. 적어도 수당만 잔뜩 챙기고 이미 판매한 보험에 대한 책임은 회피한 채 회사를 옮기던 ‘먹튀’ 설계사들은 걸러낼 수 있을 테니까요. 보험을 ‘사람 장사’라고들 합니다. 설계사를 인간적으로 믿고 가입한 고객에게 피해를 안기는 철새 설계사 문제의 해법을 계속 고민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장윤정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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