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박혜령/이력서 한줄 늘리려 비싼 어학연수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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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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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생은 취업을 위해 기본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온다. 필리핀 싱가포르 미국 캐나다 영국 등 나라를 가리지 않고 몇백만 원부터 몇천만 원을 들여 나간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영국 런던의 한 학교는 외국인 학생의 4분의 1이 한국인이라고 한다. 비싼 돈을 들여 외국으로 가는 사람이 정말 많구나 하고 생각했다.

어학연수는 이제 대학생의 스펙 쌓기에 필수가 됐다. 나 또한 고학년이다 보니 친구들이 하나둘씩 떠나는데 가지 않으면 괜히 뒤처진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 넉넉지 않은 집안형편을 고려할 때 고민이 많다. 학교와 연계된 교환학생 제도가 있지만 선발인원이 소수라서 기회가 적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친구 하나가 한국에 잠깐 왔을 때 했던 말이 생각난다. 회화를 배우려면 한국사람이랑 몇 마디 할 바엔 현지에 한 번 갔다 오는 게 낫다고 했다. 그땐 웃고 넘겼지만 정말 사실인 것 같다. 유명 회화학원을 다닌 경험이 있지만 기본반을 기준으로 1시간에 영어로 말할 수 있는 시간은 10∼15분이다. 돈 주고 다니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요즘은 대기업을 비롯해 많은 회사가 스피킹시험 점수를 요구하고 영어면접을 보는 등 영어회화 실력을 중시한다. 취업준비생은 토익이나 텝스와 같은 공인영어시험 점수는 물론이고 기본적으로 영어회화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어학연수로 얻어올 수 있는 것은 본인의 노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다녀와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깝고 슬프기까지 하다.

진짜 영어실력을 위해서라기보다 취업을 위해, 남들이 다 가니까 가는 수준으로 전락해 본질을 잃어버린 듯하다. 이력서에 한 줄 더 채워넣기 위한 몇천만 원짜리 스펙이 제대로 그 가치를 할지 의문이다.

박혜령 덕성여대 법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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