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통신원수첩]‘박찬호 124승’ 숨은 도우미 러셀 감독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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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미국에 진출한 박찬호를 취재한 기자들은 다른 건 몰라도 두 가지는 확실히 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운이 좋은 선수이며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란 점이다.

피츠버그 존 러셀 감독(49)은 최근에야 박찬호의 1승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게 됐다. 아시아 투수의 메이저리그 최다승을 미리 알았다면 그동안 박찬호를 맙업맨(청소부란 뜻으로 패전 처리를 의미)으로 기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달 13일 신시내티전에서 통산 123승을 거둬 노모 히데오와 타이를 이뤘다는 내용이 언론에 나온 뒤부터 그는 박찬호의 기용을 달리했다. 일찌감치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최하위 팀 피츠버그로선 박찬호의 기록 경신이 구단 홍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날 플로리다전에서 거둔 박찬호의 승리는 러셀 감독의 절묘한 연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원래 이 경기 선발은 좌완 폴 마홀럼이었다. 그런데 마홀럼이 무릎 염증으로 등판이 어려워지자 러셀 감독은 우완 대니얼 매커첸으로 교체했다. 매커첸은 8월 이후 선발은 1경기만 한 구원 전문이다. 러셀 감독은 매커첸을 선발로 4이닝을 던지게 하고 박찬호를 5회에 구원 등판시켰다. 선발투수는 5이닝 이상을 던져야 승리 요건을 갖추게 되는데 매커첸이 원래 선발 투수였다면 4이닝 동안 1실점했는데 교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피츠버그는 1-1로 맞선 5회초에 2점을 뽑아 3-1로 역전했다. 박찬호는 올 시즌 들어 최고인 3이닝 무안타 6삼진의 퍼펙트 피칭으로 5-1 승리를 지켰다.

― 로스앤젤레스에서 문상열 기자 moonsy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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