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 기업 실적에 대한 믿음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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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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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남유럽발 재정위기로 일희일비하고 있다. 당장 급한 불은 끈 것으로 보이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에 불안함은 여전하다. 또 중국의 긴축정책과 미국 경기 관련 지표의 둔화 가능성 같은 여타 거시경제 변수의 불안정성이 잠재돼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실적(펀더멘털)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다행히 한국 상장기업의 실적은 기대 이상의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를 놓고 볼 때 실적 서프라이즈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서프라이즈는 애널리스트의 예상치보다 실적치가 더 높게 나타날 때 쓰는 표현이다.

사실 실적 서프라이즈라는 것이 자주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1990∼2009년의 20년 동안 한국과 미국의 연도별 실적 서프라이즈 비율은 30% 남짓하다. 확률적으로 볼 때 서프라이즈를 예단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실적 서프라이즈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한국과 미국의 과거 서프라이즈 경험이 모두 지금과 같은 경기 회복국면이나 패닉성 위기 이후 회복기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기업의 실적 서프라이즈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 두 가지 있다. 첫째, 남보다 빠른 매출 회복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회복과정에서 다른 국가들보다 한국의 회복 속도가 빨랐던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빠른 회복이 그 한 해의 효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 기업이 빨리 회복한 것은 우월한 제품 경쟁력 덕분만은 아니었다. 환율의 도움이 컸다. 당시 원화 가치는 2008년 대비하여 16.1% 절하됐다.

그러나 환율의 덕이든, 경쟁력의 향상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남보다 빨리 매출 회복을 이뤘고 이를 통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확보한 현금을 이용해 남보다 빨리 투자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승자 프리미엄’의 본격적인 2차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4분기까지는 한국 미국 일본의 매출 회복 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올해 1분기부터 한국의 매출 증가 속도가 차별적으로 빨라지고 있음이 이를 뒷받침한다.

둘째, 고정비용 관리를 잘하고 있다. 인건비 감가상각비와 같은 고정비는 기업이 어느 정도 자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비용이다. 구조조정 및 위기 대처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통해 인건비를 통제할 수 있고 핵심 분야로만 투자를 제한해 감가상각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회복기였던 1999년에도 위기 이전 평균 12.2%에 달했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부담이 8.4%로 낮아지는 경험을 보여줬다.

든든한 한국 기업의 체력이, 흔들리는 시장 심리에 대한 버팀목이 돼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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