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어시스트] 욕심 접고…박수 받으며 떠난 ‘코트 황태자’ 우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4일 2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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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우지원(37)이 은퇴를 선언했다.

우지원은 1990년대 뜨거운 사랑을 받은 농구대잔치 세대 가운데도 최고 인기 스타였다. 연세대 시절 그는 곱상한 외모에 폭발적인 3점슛 능력을 앞세워 코트의 황태자로 불렸다. 서울 신촌의 연세대 농구부 숙소를 관할하는 서대문우체국은 크리스마스, 발렌타인데이 같은 기념일에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이메일도 없던 시절 우지원을 비롯한 오빠들에게 보내는 팬레터와 카드가 하루에 수천 통씩 쏟아졌기 때문이었다.

1996년 대우증권의 창단 멤버로 입단한 우지원은 프로에서는 연이은 시련에 시달렸다. 소속팀이 매각을 되풀이하더니 선후배들에 밀려 운명이 달라졌다. SK 빅스 유니폼을 입던 2001년 연세대 2년 선배인 문경은이 삼성에서 이적해 오면서 졸지에 팀을 떠났다. 삼성에서 적응할 만하니 이번에는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대학 1년 후배 서장훈이 SK로부터 둥지를 옮기게 되면서 떠밀리듯 모비스로 옮겼다.

모비스에서도 수비가 약하고 스피드가 떨어지는 약점으로 주전 자리를 잃었지만 우지원은 달라졌다. 연세대 시절 코치로 인연을 맺었던 유재학 감독 밑에서 힘겨운 기본기 훈련부터 매달렸다. 화려했던 과거에 집착하지 않았다. 궂은 일을 도맡았다. 우수후보선수상을 받았을 때는 어떤 상보다 값지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올 시즌 비록 자신은 12명 출전 엔트리에서 빠질 때도 있었다. 속으로는 눈물을 흘렸지만 겉으로 인상 한 번 쓴 적이 없었다. 오히려 주장으로 후배들을 다독거리며 훈련장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런 모습에 KT 전창진 감독은 "대단하다. 우리 팀에 데려다 쓰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모비스를 통합챔피언으로 이끈 숨은 주역인 우지원은 선수라면 누구나 그렇듯 더 뛰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미련을 버렸다.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다. 아쉬움도 있지만 이젠 마무리할 때가 됐다고 결심했다."

우지원은 전력분석원으로 변신해 지도자를 향한 첫 발을 내딛는다. 그의 또 다른 별명은 된장이다. 새 길을 걷게 된 우지원이 묵은 장맛을 펼쳐내기를 기대해 본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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