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뉴턴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무명 아인슈타인을 키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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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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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6월 28일 막스 플랑크(왼쪽)가 아인슈타인에게 독일 물리학회가 제정한 막스 플랑크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 김영사
1929년 6월 28일 막스 플랑크(왼쪽)가 아인슈타인에게 독일 물리학회가 제정한 막스 플랑크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 김영사
◇막스 플랑크 평전/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이미선 옮김/432쪽·1만7000원·김영사

최근 포스텍에서 독일의 세계적인 기초과학 연구소인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한국 분원 유치에 근접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막스 플랑크(1858∼1947)라는 이름은 여전히 국내 독자들에게 낯설다.

독일 콘스탄츠대 과학사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 양자(量子·더는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 단위)이론으로 대표되는 플랑크의 연구 성과와 생애를 소개한다.

저자는 “플랑크는 뉴턴으로 대표되는 고전물리학의 객관적 확정성을 현대 물리학의 창조적 불확정성으로 대체한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뉴턴의 이론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들, 즉 물질과 빛이 어떻게 서로 접촉하는지, 빛이 검은 천에 흡수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빛이 파동인지 입자인지 등의 문제는 1900년 플랑크가 양자를 발견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었다.

고전 논리학이 옳고 그름, 긍정 아니면 부정, 왼쪽 아니면 오른쪽 등의 이분법적 개념을 사용한 반면 양자 물리학은 빛은 파동도 될 수 있고 입자도 될 수 있으며, 물체는 상자 안에서 왼쪽에 있을 수도 있고 오른쪽에 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플랑크에 이어 닐스 보어, 볼프강 파울리,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등의 연구가 뒤따르면서 양자이론은 현대 물리학의 주류가 됐다. 현대 과학의 최첨단 이론인 엔트로피, 불확정성의 원리, 시간여행, 팽창우주론이 모두 양자역학에 기초한 것들이다.

눈부신 연구 성과에 비해 플랑크의 개인사는 불행했다. 그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가족을 모두 잃었다. 첫 아내와 4명의 자녀가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베를린에 있던 그의 집도 1944년 연합군의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됐으며, 연구 성과를 기록한 방대한 분량의 일기도 함께 사라졌다. 그는 척추가 앞뒤로 굽는 척추만곡증으로 고생했는데, 이 병은 조금만 움직여도 비명을 지를 정도로 고통이 심했다.

플랑크의 또 다른 위대한 발견은 아인슈타인이었다. 베를린대 총장이었던 플랑크는 1905년 발표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논문에 매료돼 당시 무명의 공무원이었던 아인슈타인을 베를린대 교수로 초빙했다.

플랑크는 아인슈타인과 더불어 이론물리학의 초석을 닦았다. 아인슈타인의 공간과 시간에 대한 상대성이론과 플랑크의 빛과 물질에 대한 양자이론이 결합해 소우주와 대우주에 모두 적용 가능한 통일된 우주이론이 탄생했다. 플랑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1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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