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1억 넘게 빚내 돕고 있지만 후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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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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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광산외국인문화센터 이천영 소장다문화 사람들…외국인 근로자-이주여성과 함께하는 삶

광주 광산구 광산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 이천영 소장(51·사진)은 한 달 전 뇌출혈로 숨진 아프리카 가나 출신 근로자(42)의 장례를 어렵게 치렀다. 한 달 동안의 영안실 안치 비용이 560만 원이나 돼 장례비를 마련하느라 백방으로 뛰어야 했다. 센터 후원단체에서 절반 정도 내고 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하루 일당을 보태 겨우 돈을 모았다. 이 소장은 “유족들이 시신을 못 가져가겠다고 해 전남 장성의 한 야산에 매장했다”며 “1년이면 서너 번 상주가 돼 이런 장례를 치른다”고 말했다.

광산구 하남공단과 인근 평동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4000여 명. 이들에게 이 소장은 ‘미스터 리’로 불린다. 공장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 ‘미스터 리’를 찾는다. 지낼 곳이 마땅치 않은 30여 명은 이 소장이 운영하는 하남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전북 전주 출신인 그는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서울로 올라갔다. 껌팔이를 하고 중국집, 이용원, 가죽공장 등 닥치지 않고 일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교사의 꿈을 키워온 그는 1984년 원광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광주의 한 고교에서 영어교사를 하다 목회활동을 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과 친구가 됐다.

“20여 년 전 내가 경험했던 비참한 일들을 똑같이 당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공단으로 돌아가자고 마음먹었죠.” 1998년 그가 하남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의 문을 연 이유다.

3년 전에는 이주여성과 이주근로자 자녀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광주새날학교도 세웠다. 개교 당시 2명이던 학생은 이제 83명으로 늘었다. 그는 새날학교 일에 전념하기 위해 지난해 3월 25년을 이어온 교사생활을 접었다. 명예퇴직금으로 1억3000만 원을 받았지만 센터 운영비, 근로자 병원비 등 급하게 얻어 쓴 빚을 갚다 보니 남은 게 없었다. 지금 그의 꿈은 졸업생들이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새날학교가 정규학교 인가를 받는 것이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동영상 = 한국 경찰 된 필리핀 출신 아나벨 카스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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