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환율하락 대비한 투자 포트폴리오 다시 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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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8일 03시 00분


달러당 원화 환율이 10월 중순에 기록했던 저점 아래로 내려갔다. 투자자들은 환율이 어디까지 더 내려갈 것인지, 또 환율이 내려가면 어떤 투자가 유리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환율 하락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 필자는 환율 하락엔 다음 세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고 따라서 앞으로도 상당 기간 하락 압력이 유지될 것이라 본다.

첫째, 속도는 느리지만 글로벌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속되는 저금리 정책으로 이머징(신흥) 국가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 이른바 ‘달러 캐리 트레이딩’이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는 상황인 것이다.

둘째, 미국 등 선진국의 부진과 신흥 국가의 빠른 회복이 동시에 나타나는 가운데 신흥 국가가 내수를 부양해 부족한 글로벌 수요를 채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 글로벌 균형 성장을 유난히 강조했다. 이는 결국 중국이나 한국 등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신흥 국가의 내수 부양을 요구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환율 하락을 강하게 방어하긴 어려울 것이다.

셋째, 각국 통화 중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 부분적으로는 정부의 환율 방어 탓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 때문에 경상수지, 자본수지 측면에서 외화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저평가가 해소되기 전까지 환율 하락 압력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정책금리 인상 기대와 외화 유입을 막으려는 정부 정책으로 시장금리가 높아져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 매수 규모가 늘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 순매수 규모는 9월 이후 지금까지 총 19조 원에 이른다. 금리가 다시 낮아질 때까지 채권시장을 통한 외화 유입이 예상된다.

따라서 국내 투자자들은 앞으로 환율 하락을 염두에 둔 전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단 환율 하락은 수입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채권 가치에 긍정적이다. 채권 가치, 즉 금리는 물가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주식 쪽에서는 수출기업보다 내수기업이 상대적으로 좋다. 환율이 내리면 수출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원화가치가 엔화나 위안화 등 다른 통화보다 상대적으로 더 크게 오르면 수출에 주는 타격은 더 커진다. 반면 물가와 금리가 안정되므로 내수기업들의 실적은 좋아진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환율 하락을 막으려 할 것이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 정부도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개방된 시장에서 마냥 환율을 방어할 순 없다. 만약 정부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이는 환율 하락에 유리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좋은 기회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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