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낙관적 편향 담긴 ‘예상 실적’ 적중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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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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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대단히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기업 이익이다. 주가의 움직임은 기업 이익의 장기 성장률을 반영해 왔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2010년 주식시장을 비교적 낙관적으로 보는 것도 기업 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가 높은 데 따른 것이다. 2010년 기업 이익과 관련한 시장의 컨센서스는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올해보다 30%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데 맞춰져 있다.

문제는 이런 낙관적 전망이 단지 예상치일 따름이라는 점이다. 2000년 이후 올해까지 10년 동안 전년 말에 형성됐던 기업이익 추정치와 실제로 실현된 이익을 비교해 봤다. 전년 말에 예상했던 실적과 비슷하게 실적이 발표된 사례는 두 차례에 불과했다. 나머지 여덟 차례는 기업 분석가들의 이익 전망치와 실제치의 오차가 컸는데, 이 중 다섯 번은 실제 이익보다 추정치를 너무 높게 잡은 과대 추정이, 세 번은 실제 발표치가 예상치보다 좋게 나온 과소 추정이 이뤄졌다. 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이익을 전망했던 때가 50%의 확률로 나타났던 셈이다.

분석가들의 이익 전망치와 실제치의 오차가 컸던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주가 전망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예측 행위가 그렇지만 미래에 대한 예측이 현재 상황에 영향을 받으면서 전망이 어긋난다. 이익이 늘어나고 주가가 많이 올랐던 해의 다음 해 예측에는 낙관적인 편향이 들어가 있는 예가 많았다. 2007년의 강세장 이후 맞이한 2008년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2007년 말 이뤄진 2008년의 이익 전망은 장밋빛 낙관론 일색이었지만 실제 기업이익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반대의 예도 나타났다. 올해가 그랬다.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되던 암울한 시기에 이뤄졌던 작년 이맘때의 2009년 기업이익 예측은 매우 비관적이었고 이는 올해 내내 실적 발표가 기업분석가들의 이익 추정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나타났다. 둘째, 정보기술(IT) 섹터의 이익 변동성이다. IT 제품은 그 수요가 광범위하고 수요뿐 아니라 경쟁 업체의 설비 투자 등에 따라 이익이 크게 변하는 특성이 있다. 실적을 제대로 예측하기가 대단히 힘든 분야인 것이다. 2010년 기업이익 전망치에도 IT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높다.

분석가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미래를 좋게 보는 편향이 있다. 미래가 늘 현재보다 나아져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위적인 차원의 문제일 수도 있다. 현재는 다소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미래는 좋아야 한다는 바람이 반영돼 있는, 자기실현적 차원에서의 덕담일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2010년 실적 추정에는 이런 낙관적 편향이 들어가 있을 개연성이 다른 해보다 높다는 생각이다.

김학균 SK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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