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하루살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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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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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축복 이인경, 그림 제공 포털아트
일상의 축복 이인경, 그림 제공 포털아트
자신을 하루살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왜 하루살이인가라고 사람들이 물으면 인생을 하루 단위로 살기 때문이라고 그는 거침없이 대답합니다. 사람이 어떻게 하루 단위로 인생을 살 수 있는가라고 물으면 그는 하루가 인생 전체의 압축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합니다. 그래서 자신은 아침에 잠자리에서 눈을 뜰 때마다 세상에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최선을 다해 자신에게 주어지는 일을 행하고 밤이 되면 장렬하게 전사하는 기분으로 잠을 잔다고 합니다. 요컨대 날마다 주어지는 하루가 인생의 유일한 날이라는 생각으로 세상을 산다는 말입니다.

인간의 하루는 24시간 단위로 구분됩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눈을 뜰 때 수평으로 누워 있다가 수직으로 일어나 진종일 활동하고 밤이 되면 다시 수평으로 누워 잠을 잡니다. 수평과 수직을 날마다 되풀이하며 인생은 흘러갑니다. 그렇게 동일한 하루하루가 평생 지속됨으로써 인생 전체가 하루의 패턴을 얻게 됩니다. 아침에 태어나 수평으로 누워 있던 아이가 기고 걷는 걸 배워 해가 중천에 이르면 수직으로 활동하는 성인이 되고 황혼 무렵이 되면 인생에 지쳐 허리가 휘고 등이 굽게 됩니다. 그리하여 수명이 다하는 인생의 밤이 찾아오면 수평으로 누워 영면을 취하게 됩니다.

하루살이라는 말은 부정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오직 현재만 즐기려는 즉흥적인 삶을 경계하고 지적할 때 그와 같은 비유를 자주 동원합니다. 하지만 허황한 욕망을 벗어던지고 바라볼 때 하루살이는 너무나도 명징한 인생살이의 교훈입니다. 천년만년 살듯이 탐욕에 시달리는 인생, 먹을 것과 입을 것이 넘쳐 세상이 온통 쓰레기 천지가 되어가는 이유도 모두 불멸을 흉내 내는 인간의 헛된 욕망 때문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인생이 오늘 하루뿐이라면 그렇게 과도한 욕망에 시달리지는 않겠지요.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산다는 말은 ‘지금 이 순간’의 삶에 집중한다는 뜻입니다. 그것만이 유일한 현실이고 확실한 현재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벗어난 시간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 집착 아니면 망상입니다. 감당할 수 없는 것을 궁리하고 꿈꾸므로 지금 이 순간의 삶이 부실해집니다. 결국 하루를 잘 사는 게 인생을 잘 사는 것이고, 인생을 잘 사는 게 하루를 잘 사는 것입니다.

하루살이 인생론을 지닌 그는 하루 안에 과거와 미래가 공존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터무니없는 기대를 키우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만이 유일한 진실이고 그것이 하루의 성패를 좌우하는 밑거름이라고 믿을 뿐입니다. 하루를 온전하게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경험해 본 사람은 압니다. 하루의 시작은 텅 빈 캔버스 앞에 선 화가의 설렘과 흡사합니다. 하루라는 여백을 창조적 영감으로 채워 나감으로써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인생을 창조하는 예술가가 됩니다. 하루살이를 생각하며 알차고 충실한 하루하루를 살아야겠습니다.

작가 박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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