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뛰는 지방자치]<3>충북의 명품산업 ‘청정 축산’

  • 입력 2008년 9월 3일 02시 57분


철저한 차량 소독충북의 AI 예방을 위해 전국 공통적으로 추진하는 축사내외부 소독과 출입자 통제 등 차단방역과 함께 면역증강제 공급으로 청정지역을 달성했다. 사진 제공 충북도
철저한 차량 소독
충북의 AI 예방을 위해 전국 공통적으로 추진하는 축사내외부 소독과 출입자 통제 등 차단방역과 함께 면역증강제 공급으로 청정지역을 달성했다. 사진 제공 충북도
친환경 사육 + 거미줄 방역… 충북 ‘AI 안전지대’로2003년 국내 첫 발생 교훈삼아 선진시스템 구축

5년만에 제주 제외한 전국 유일 ‘청정지대’로

“5개도 인접 내륙중심 약점 극복한 기적의 성과”

“충북! 우리의 자랑이자 희망입니다.”

올 5월 중순, 전북 김제에서 4월 1일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을 휩쓸고 있을 때 AI를 판정하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가축방역통합디지털 시스템 사이트의 발생 현황판.

AI 발생을 나타내는 붉은색이 전국 곳곳에 표시돼 있었지만 정중앙인 충북에는 미발생지역을 알리는 ‘녹색’과 함께 이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방역 관련 공무원들의 전용 공간인 탓에 전국에서 부러움과 이 ‘녹색지대’가 계속 유지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방역 조치를 해제한 6월 29일. AI는 올해 전국 11개 시도, 19개 시군구에서 33건이 발생해 닭과 오리 등 846만 마리가 매몰되고 보상금과 경영안정 융자 등에 2637억 원이 투입되는 사상 최대의 피해를 입혔다. 그러나 이 현황판의 충북지역에는 변함없이 ‘녹색’과 이 자랑스러운 ‘문구’가 떠 있었다.

충북이 제주를 제외한 전국 유일의 ‘AI 청정지역’으로 자리 매김하는 순간이었다.

제주는 섬의 특성상 공항과 항만의 방역이 늘 이뤄지고 AI가 발생했을 경우 가금류 반입 자체를 금지하기 때문에 AI 발생 가능성이 차단된다.

그러나 충북은 5개 도와 인접해 있고 남북으로 7개의 고속도로가 지나는 곳. 국가 재난성 전염병의 전파와 차단의 길목(갈림목)인 탓에 전문가들은 충북의 청정지역 유지를 ‘기적’으로 여기고 있다.

○ AI 국내 첫 발생지 ‘오명’

충북의 ‘AI 청정지역’ 달성은 국내 첫 발생지라는 아픔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AI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것은 2003년 12월 10일. 충북 음성군 삼성면의 한 종계 사육농가에서 원인도 알 수 없이 닭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의사조류독감’이 의심됐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검사 결과 ‘고병원 가금인플루엔자’로 확진을 받았다.

이후 AI는 이웃한 진천군과 충남 천안시 등으로 급속히 번져 나갔다.

그러나 AI를 처음 겪는 탓에 매립 및 방역 등 모든 면에서 허술했다. 방역 초소에는 약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고, 매립작업도 감염을 우려한 공무원 등의 현장 기피로 차질을 빚었다. 결국 닭 18만 마리, 오리 45만6000마리 등 총 63만6000마리가 매몰되는 피해를 보았다.

충북도 곽용화 축산과장은 “지자체나 사육농민 등이 AI 자체에 대해 그다지 크게 인식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급속히 번지는 바람에 제대로 대처를 못한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이게 오히려 ‘약’이 됐다”고 말했다.

○ 선진 방역체계로 ‘AI’ 근원 차단

뼈저린 경험을 한 충북도는 이듬해부터 AI의 피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펴기 시작했다.

예방 차원의 방역시스템을 만들어 가동하고 닭과 오리사육 농가의 친환경 사육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 가을에는 방역용 소독약품을 농가에 미리 공급했고 생균제 지원, 무항생제 면역증강 물질과 친환경 축산시설장비, 가축분뇨화 사업을 지원하는 데 힘을 쏟았다. 2005년부터 3년간 25억 원의 예산을 들인 ‘무항생제 면역증강 물질 지원 사업’은 AI 예방에 큰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농민들도 힘을 보탰다.

947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220개의 공동방제단은 발병과 상관없이 매주 수요일이면 자율적으로 철저하게 소독작업을 했다.

농가마다 출입 차량 소독을 거르지 않았고, 사육 가금류를 정기적으로 검사해 보건당국에 보고했다.

올해 AI가 퍼질 당시 진천군 진천읍에서 오리 농장을 운영하는 정연우 씨는 출하를 앞둔 새끼 오리 1만여 마리를 스스로 매몰 처분했다. 정 씨는 오리 판매 과정에서 중간 유통상 등을 거치면서 AI가 감염될 경우 충북 전역에 AI가 전염될 수 있다고 우려해 매몰 대상이 아닌데도 오리들을 모두 파묻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질병관리과 김석재 주무관은 “충북은 AI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발생한 지역 이상으로 예방 노력을 했다”며 “충북도의 담당 직원들은 오전 2, 3시에도 발생 현황 등을 묻는 전화가 수시로 오는 통에 잠을 못 잘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충북이) 전국에서 AI로부터 깨끗한 곳을 남겨줘 수의검역원이 오히려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 김정수 농정국장은 “AI 청정도 지위 유지에 주력하고 청정지역의 이미지를 담은 축산물 제품 및 브랜드를 적극 개발할 것”이라며 “2010년까지 79억 원을 들여 수도권 판매망 확대와 대수도권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해 ‘농업명품도’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정예 농업인 1만2000명 양성

2010년까지 3900억 투입 ‘FTA 파도넘기’

“충북의 또 다른 이름은 ‘농업명품도’입니다.”

‘경제특별도 건설’을 민선 4기 도정목표로 세웠던 충북도가 이제는 ‘농업명품도’ 만들기에 팔을 걷어 붙였다. ‘조류인플루엔자(AI) 청정지역 달성’을 디딤돌 삼아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산물 개방 압력에 맞서 최고(Best), 제일(Only One)의 농업명품도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운 것.

충북도는 이를 위해 △명품 브랜드 육성 △정예 농업인 양성 △친환경 농축산업 육성 △어메니티(Amenity·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자원)가 넘치는 농산촌 △농업인 복지 향상 등 5대 정책목표를 마련했다.

충북도 김정수 농정국장은 “충북이 전국 최고 품질의 명품 농산물을 생산하는 지역으로 자리 잡아 ‘가고 싶은 농촌, 살고 싶은 농촌’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2010년까지 국·도비와 민자 등 3938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 품목은 쌀과 한우, 고추. 쌀은 생산 면적의 30%를 광역 브랜드로 육성해 일정 기준을 통과하면 ‘BIG 충북’ 마크를 붙여 판매한다. 한우는 현재의 지역별 4개 브랜드를 ‘청풍명월 한우’로 통합해 육성하고, 고추는 주 산지인 중부권과 북부권을 중심으로 2개의 통합 브랜드를 운영할 계획이다.

또 △정예 농업인 1만2000명 양성 △친환경 농축산 인증농가 8400호 육성 △명품농촌 12곳 만들기 △농업인 공제 가입률 33% 확대 등을 실현 목표로 잡았다.

정우택 충북지사는 “수시로 분야별 다양한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시행해 농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농업명품도 충북’을 조기에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사료에 AI 면역증강제 첨가 주효”

곽용화 축산과장 “예방차원서 의무화해야”

“정부가 친환경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맞춰 축산농가들이 가축 사료에 면역증강물질(생균제)을 첨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충북도 곽용화(54·사진) 축산과장은 “가축이 질병에 걸리면 이를 도살 처분하는 데 드는 비용의 5분의 1 수준이면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면역증강물질의) 사료 첨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곽 과장은 충북을 ‘조류인플루엔자(AI) 청정지역’으로 만든 주역. 그러나 전북 김제시에서 발생한 AI가 전국으로 확산될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내륙의 중심에 위치한 데다 사통팔달의 교통망 탓에 ‘바이러스’의 이동을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대책을 실행하면서도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는 것.

그는 AI 발생 이전부터 친환경 축산 보급을 위해 농가에 면역증강제와 (친환경)축산시설을 지원해 준 것이 AI를 막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곽 과장은 “2003년 12월 AI 발생 때 큰 고생을 한 뒤로 축산 농가와 담당 공무원, 축산단체 등이 당시의 경험을 살려 체계적인 방역 시스템과 조기 예방활동을 한 것도 충북을 AI 청정지역으로 만든 또 다른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충북뿐만 아니라 전국을 AI 청정지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2회 이상 발생한 농가의 퇴출, 비발생 지역에 대한 교부세 지원, 적기 적량 수매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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