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이언 브레머]북핵의 와일드 카드, 일본

  • 입력 2007년 1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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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가 불안한 교착 상태를 이어 가고 있다. 외교적 공방은 뉴스를 타지 못하며 6자회담은 얼마 전 재개된 바 있다. 반면 이란의 핵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정치 경제 군사적 측면에서 훨씬 위협적으로 떠올랐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와일드카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자국의 생존이 걸려 있다고 판단할 경우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할 수도 있다. 북한 핵문제의 교착 상태가 지속되는 이유는 이스라엘처럼 동아시아의 균형을 뒤흔들어 놓을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 행위나 중국의 경제 군사적 팽창주의가 위협으로 다가올 경우 일본은 북한 핵문제를 가장 중요한 국제사회의 의제로 제기할지 모른다.

일본과 이스라엘은 닮은 점이 많다. 두 나라 모두 민주주의 국가이며 미국의 중요한 전략적 우방이고 안보를 미국에 의존한다. 역사적으로 원한이 깊은 나라들을 이웃에 두고 있으며, 이웃 독재국가의 핵 위협이 심각하다고 말하는 정치인이 늘어나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에 독자적 대응을 할 수 있듯이 일본에서도 자위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1947년 전후에 마련된 일본 헌법에 따라 일본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할 수 없지만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과 중국의 커 가는 경제 군사력 때문에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꼬리를 물고 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것도 일본인들의 우려를 부추긴다. 지난해 6월 미국 관료는 북한에 탄도미사일 실험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지만 북한은 다음 달인 7월 초 수차례 탄도미사일 실험을 했다. 9월 미국 관료는 북한의 지하 핵실험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지만 10월 9일 북한은 지하 핵실험을 감행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 정부를 비난하며 가벼운 제재를 했을 뿐이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 위협과 미국 정부의 무기력함, 중국이 아시아의 패권국이 되리라는 두려움 때문에 일본 유권자들이 평화헌법 개정을 지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1998년 북한이 일본 근해로 미사일을 날려 보냈고 핵실험에도 성공한 만큼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로 무장하고 일본을 공격할 것이라는 일본인들의 우려는 당연하다.

북한이 일본 본토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일본 정부는 더는 현상 유지를 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할 것이다. 몇 년 뒤 일본 경제가 나빠진다면 국수주의적 정부가 유권자들의 두려움을 악용해 공세적으로 외교 정책을 펼쳐 국내에서의 인기를 만회하려 할 수도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당장 일본 헌법을 고칠 의향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이후 일본 관리들은 미일 합동 미사일방어 계획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 계획은 중국을 자극해 중-일 간 긴장 관계를 조성할 것이다. 일본은 핵무기 개발을 금기시하지만 북한과의 대결 국면이나 패권국으로 떠오르게 될 중국의 위협 앞에서도 계속 이런 터부가 유지될 수 있을지 단언할 수 없다.

이 같은 핵 확산 시나리오가 물론 가까운 장래에 실현될 가능성은 적다. 현재로선 이란이 북한보다 훨씬 위험하다. 문제는 아시아에 국가 간 안보를 조율할 다자기구가 없어 일본의 와일드카드가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위험이 될 것이라는 데 있다. 이 때문에 북-미 간 교착 상태가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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