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마당발]조건호 부회장의 ‘거미줄 인맥’ 비결은

  • 입력 2006년 11월 2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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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명 기자
김재명 기자
지난해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상근 부회장 임명을 앞두고 술렁거렸다. 2003년 2월 무역협회 부회장에서 물러난 뒤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야인’으로 지내던 조건호 전 과학기술부 차관이 유력하다는 설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재계의 ‘얼굴’ 역을 해야 하는 자리에 60대 관료 출신이 오는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소문대로 조 씨가 부회장에 임명되자 재계에서는 강신호 전경련 회장과 별다른 인연이 없는 그가 누구의 추천으로 전경련에 입성했는지를 둘러싸고 각종 추측이 나돌았다. 누가 밀었는지는 의견이 엇갈렸지만, 평소 쌓아 놓은 인맥 덕분에 ‘재계의 얼굴’이 됐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 30년 공직 재임 중 5개 기관 거쳐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김종필 국무총리가 임명된 뒤 조건호 총리 비서실장의 유임은 관가(官街)에서 화제가 됐다.

조 부회장은 “당시 강창희 자민련 사무총장과 자주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사이였는데 아마 강 총장이 김 총리에게 내 이야기를 잘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행정고시 7회 출신인 조 부회장은 1970년 상공부 사무관으로 출발해 2000년 1월 과학기술부 차관을 끝으로 공직을 떠날 때까지 재무부, 총리실, 대통령비서실 등 5개 기관을 거쳤다.

재무부 공보관을 2년간 하면서 언론인들과 인연을 맺었고, ‘실세 총리’였던 김 총리의 비서실장을 1년 2개월이나 지내 정계에도 지인이 많다. ○ 친목단체도 20여 개

조 부회장은 12일 ‘감투’를 새로 하나 썼다. 200여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 서울대 법학과 출신 바둑 모임의 회장을 맡게 된 것. 전임 회장인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대한바둑협회장인 그를 추천했다.

결국 조 부회장은 대한바둑협회, 보법회(보성고 출신 서울대 법학과 모임), 서울대 법학과 20회 동창회에 이어 4개 모임의 회장이 됐다.

그가 회원으로 활동하는 모임도 20개가 넘는다.

고등학교 동기들끼리 한 달에 한 번씩 연극 관람을 하는 ‘관극회’, 서울대 법학과 출신 골프 모임 ‘오록회’, 공무원 교육원 동기 40여 명의 등산모임 ‘삼봉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조정원 경희대 전 총장 등이 회원인 사교모임 ‘관우회’ 등이다. ▶그래픽 참조

○ 체력과 서글서글한 성격이 인맥의 배경

조 부회장은 자신의 두터운 인맥의 배경으로 가장 먼저 체력을 꼽았다. 서울대 재학 시절 미식축구 등으로 다진 체력이 귀중한 자산이 됐다는 것. 그는 “체력이 좋아 늦게까지 술도 마실 수 있었고 많은 사람과도 만날 수 있었다”며 “만남 자체를 즐기다 보니 아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총리 비서실장 시절에는 저녁 식사를 두 번씩 하는 일도 잦았다. 공식 만찬에서 한 번, 사적 모임에서 다시 한 번. 그 바람에 체중이 93kg(키 180cm)까지 늘기도 했다.

사람을 얻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힘든 법. 인맥 관리 비결을 묻자 답변은 의외로 평범했다.

“특별히 관리라고 할 만한 것은 없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순수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려고 합니다.”

주변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취미가 다양하고 성격이 적극적이다.”(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만우회 회원)

“진정성을 갖고 사람을 만난다.”(정진수 성균관대 교수·보성고 동기)

“서글서글한 성격에 두주불사(斗酒不辭) 스타일이다.”(허영섭 녹십자 회장)

●조건호 부회장 약력

-1944년 서울 출생 -1962년 보성고 졸업 -1966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69년 행정고시 7회 합격 -1996년 7월∼1997년 3월 대통령비서실 기획조정비서관 -1997년 3월∼1999년 5월 국무총리비서실장(차관급) -1999년 5월∼2000년 1월 과학기술부 차관 -2000년 2월∼2003년 2월 한국무역협회 상근 부회장 -2005년 3월∼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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