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報 독자인권위 좌담]주제: 일심회 사건 보도와 인권

  • 입력 200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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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독자인권위원회 이지은 위원, 김일수 위원장, 최현희 윤영철 위원(왼쪽부터)이 13일 동아미디어센터 14층 회의실에서 ‘간첩의혹 사건 보도와 인권’을 주제로 토론을 했다. 이들은 추측 예단성 보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민  기자
본보 독자인권위원회 이지은 위원, 김일수 위원장, 최현희 윤영철 위원(왼쪽부터)이 13일 동아미디어센터 14층 회의실에서 ‘간첩의혹 사건 보도와 인권’을 주제로 토론을 했다. 이들은 추측 예단성 보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민 기자
《간첩의혹 사건 보도는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가.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일심회 사건’ 수사와 언론의 관련 보도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국가 안보 차원의 엄정한 수사와 알권리 충족 차원의 진상 규명 보도를 촉구하는 주문이 높지만 한편에서는 무리한 수사와 언론 보도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보 독자인권위원회는 13일 동아미디어센터 회의실에서 ‘일심회 사건 보도와 인권’을 주제로 토론을 했다. 김일수(고려대 법대 교수) 위원장과 윤영철(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이지은(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 최현희(변호사) 위원이 참석했다.

사회=송영언 독자서비스센터장》

―일심회 사건 보도와 관련한 문제점부터 살펴보지요.

냉전적 사고 못 벗어나

▽김일수 위원장=어떻게 보도해야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민주적 정부 3대를 거치면서 인권 의식이 크게 변했는데도 여전히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모습이 엿보여 아쉽습니다. 사안 자체만 놓고 본다면 정부 안에서도 공안사건에 접근하는 수위를 놓고 대결이 벌어지고 있지나 않은지 행간을 읽기가 무척 조심스럽기도 합니다만….

▽윤영철 위원=과거의 비슷한 사건들을 떠올려보면 악의적 선정 보도로 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역력했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의 심각성이 흐릿해지고 결국 증거마저 불충분해 흐지부지되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이번에도 일부 신문이 서둘러 보도를 쏟아내면서 혐의자의 초상권을 훼손하는가 하면 관련 회사의 정보까지 ‘국정원에 따르면…’ 식으로 보도하는 등 선정적인 대목이 지적되기도 했지요.

▽최현희 위원=정부 안에서 엇박자가 나오는 모습을 보니 과거의 공안사건과는 분명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수사를 막고 발표를 저지하려는 듯한 흔적마저 엿보였어요.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먼저 치고 나가다 보니 혐의자나 주변 인사의 인권 침해가 염려되는 대목이 없지 않았습니다.

간첩사건 단정은 위험

▽이지은 위원=수사 중인 사람을 고정간첩으로 못 박고 ‘386 간첩 사건’이라고 단정하는 일부 신문의 보도는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은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혐의 수준인데도 독자들이 ‘정말 간첩이구나’ 하고 받아들이기에 충분했습니다. 혐의자와 교분을 가진 주변 사람마저 모종의 간첩 활동을 한 듯 확신케 하는 보도도 문제입니다.

▽김 위원장=‘386 간첩 사건’ 식의 용어 선택은 사회적 배제와 고립이라는 ‘간극 만들기’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사건도 ‘386 간첩 사건’이라 단정하기보다 ‘일심회 사건’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봅니다.

▽윤 위원=‘386 간첩’이라는 표현은 386세대 전체를 색깔로 덧칠해 불온세력으로 몰아가려 한다는 의혹을 사기 쉽습니다. 실제로 많은 386세대는 건전한 시민이니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게 될 뿐입니다.

앞서 가는 보도 삼가야

▽최 위원=혐의자의 학생운동 계보를 추적해 총학생회 활동을 같이 한 사람, 현재 국회나 정부 요직에 진출한 사람까지 드러내 “간첩일 수 있다”는 식의 보도도 있어 놀랐습니다. 구체적 근거도 없이 앞서 가며 색깔로 매도하는 언론의 태도에서 독자들이 거북함을 느꼈을 겁니다.

―간첩의혹 사건 보도는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지 기준을 만들 수 없을까요.

▽김 위원장=수사 단계에서는 보도량을 줄이고 확정 판결 단계에 가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처음 크게 보도하던 사건도 확정 단계에 가면 흐지부지 용두사미가 되고 마는 등 현실은 거꾸로 가니 아쉽습니다.

▽최 위원=공안사건은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엄격한 보안이 유지되고 쉽게 공개되지 않는 특성을 갖습니다. 언론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니 추측성 기사를 불러올 개연성도 그만큼 크겠지요. 수사 당국이 충실하고 정확한 브리핑을 통해 경과를 적절히 공표한다면 언론도 ‘앞서 가기 보도’를 피하게 되지 않을까요. 물론 피의사실 공표 죄에 저촉되지 않은 범위에서만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 위원=‘간첩’으로 한번 보도되면 일반인이 접근을 꺼리는 등 그때까지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집니다. 시대환경이 달라진 만큼 일반 형사사건과 동일한 인권적 차원의 접근이 절실합니다. 무엇보다 사실 확인 전에 추측 예단성 보도를 남발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인권존중 자세 필요

▽윤 위원=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이념적 갈등이 단적으로 표출되는 사례로도 볼 수 있습니다. 대립되는 시각을 보이는 다양한 매체들이 생겨나는 등 언론 환경도 달라졌습니다. 의견을 자유롭게 펴나가면서도 사실은 엄격하게 보도하는 등 인권을 존중하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말하자면 스트레이트 기사는 반드시 확인된 사실만 쓰되, 사설 칼럼 등을 통해서는 안보 경각심을 심도 있게 주문하고 주장할 수 있겠지요.

정리=김종하 기자 1101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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