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시절 ‘젊은피’ 장민호…당시 여권 영입대상 올라

  • 입력 2006년 11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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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일심회’ 총책 장민호 씨가 1999년 김대중(DJ) 정부 시절 여권의 ‘젊은 피’ 수혈 대상에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월간지 ‘신동아’는 1999년 5월호에서 당시 여권 내부에서 작성한 ‘각계 관심 대상 인물’ 파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300여 명으로 압축된 이 리스트에는 정계, 시민사회단체, 전문가그룹, 학계, 여성계, 노동농민재야 등 6개 분야로 나눠 영입 대상 명단과 주요 경력 등이 담겨 있다. 장 씨는 이 중 ‘전문가그룹’에 들어 있다.

당시 여권 수뇌부는 19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들을 영입 대상 1순위로 꼽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장 씨와 함께 구속된 5명과 이런저런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열린우리당 현역 국회의원 상당수가 이때 DJ의 공천을 받아 정치권에 입문했다.

1997년 북한의 지령을 받아 일심회를 조직하기 시작한 장 씨가 어떤 경로로 당시 여권의 영입 대상 명단에 포함됐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장 씨가 전문가그룹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일단은 장 씨가 정보기술(IT) 분야의 신진 전문가라는 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장 씨는 1999년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정보통신부 산하 아이파크(iPARK·해외소프트웨어진흥센터)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나 1993년 귀국해 1998년까지 국내에서 활동할 때에 학생운동권 출신 인사들과 교분을 갖고 있었고, 이들 중 당시 여권에 몸담고 있던 인사들로부터 ‘IT 전문가’로 추천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IT 분야 전문가로 알려진 데다 과거 운동권 출신 정치권 인사들과의 교분까지 있어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

게다가 당시엔 DJ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벤처 열풍이 막 시작되던 때였다. 장 씨는 1999년 말 귀국한 뒤 곧바로 IT 관련 벤처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1998년에 이어 귀국 직전에도 북한에 다녀 온 장 씨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여서 장 씨가 의도적으로 정치권 인사들에게 접근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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