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브랜드]“우리는 노동착취-인종차별 안합니다”

  • 입력 2006년 9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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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에 있는 막스&스펜서 매장. 의류진열대 표지판에는 ‘개발도상국의 어려운 농부들에게서 공정한 가격으로 사들인 면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런던=김현수 기자
영국 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에 있는 막스&스펜서 매장. 의류진열대 표지판에는 ‘개발도상국의 어려운 농부들에게서 공정한 가격으로 사들인 면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런던=김현수 기자
영국인 미셸 워드(24·여) 씨는 노동문제에 관심이 많다. 18세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찍 사회에 눈을 떴다. 그가 자주 가는 슈퍼마켓은 막스&스펜서(M&S). 워드 씨는 “M&S가 자사 직원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에 있는 공급업체 직원들의 인권 신장에도 힘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S는 1999년부터 자사 제품을 생산 납품하는 개도국 공장 직원들의 인권문제에 관여해 왔다. 판매되는 모든 제품이 노동착취와 인종차별, 동물학대 없이 생산됐음을 공표하는 ‘룩 비하인드 라벨(look behind label·라벨 너머 진실을 보라는 뜻)’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았다. M&S의 사회공헌 활동을 컨설팅한 Sd3의 제이슨 퍼크스 사장은 “잊혀진 브랜드였던 M&S가 사회공헌에 힘쓰면서 ‘착한 기업’ 이미지로 거듭나 매출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유럽에는 유독 ‘착한 기업’이 많다.

기업들은 해마다 얼마나 ‘착하게’ 살았는지 고백하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 리포트’를 펴낸다. 1년 장사의 결과를 발표하는 ‘애뉴얼 리포트’와는 또 다른 차원의 기업 알리기다.

○ 사회공헌이 기업의 DNA

“우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

독일 뒤셀도르프에 있는 생활용품업체 헨켈 본사. 직원들의 명함엔 회사의 10가지 비전과 함께 사회공헌 다짐이 적혀 있다.

우베 베르크만 지속가능경영 담당 매니저는 “1950년대부터 환경운동에 투자해 왔다”며 “사회공헌 활동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회사의 DNA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헨켈 스마일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연재해 방지와 어린이 교육 등에 투자한다. 지난해 헨켈 스마일에 쓴 돈만 600만 유로(78억 원)가량.

영국 런던 시내 곳곳에 있는 헬스&뷰티 전문점 부츠는 여성 복지에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부츠 고객의 80%가 여성이기 때문. 리처드 엘리스 CSR 부서장은 “9년간 유방암재단에 40여억 원을 지원했다”면서 “여성 친화적 일터를 만드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전략을 세워라

유럽 전문가들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일회성 이벤트로 여기면 반드시 실패한다고 입을 모았다.

Sd3의 퍼크스 사장은 “M&S는 5년 동안 소비자들의 사회적 관심사를 연구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면서 “말만 앞선 이벤트는 브랜드 이미지와 연계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츠의 엘리스 부서장도 “소비자와 종업원, 시민단체가 뭘 원하는지 파악해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런던·뒤셀도르프=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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