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캘린더]‘동양의 햄릿’ 조씨고아, 국내 무대 늦깎이 첫선

  • 입력 2006년 9월 1일 02시 59분


코멘트
처음 국내 무대에 오르는 중국 원대의 희곡 ‘조씨고아’. 사진 제공 미추
처음 국내 무대에 오르는 중국 원대의 희곡 ‘조씨고아’. 사진 제공 미추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서양의 햄릿은 이렇게 중얼거렸지만, 고뇌하는 ‘동양의 햄릿’인 조씨고아(趙氏孤兒)는 비틀대며 말한다. “아버지…아버지… 전 이제 어디로 가야 하죠?”

중국 원대의 희곡 ‘조씨고아’는 18세기 프랑스에서 번역돼 소개되는 등 일찌감치 서양에 알려져 “18세기 유럽 어떤 작품보다 훌륭하다”(철학자 볼테르)는 평을 들었던 고전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제야 초연된다.

권력 다툼과 집안의 복수, 하극상 등 강렬하게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집안을 멸망시킨 원수의 양아들로 키워지는 이 작품의 주인공 조씨고아는 ‘동양의 햄릿’으로 흔히 평가되는 캐릭터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진나라가 배경. 귀족인 조씨 집안은 평소 조씨 집안을 시기해 온 도안고에 의해 일족이 모두 몰살당한다. 마지막 조씨 집안의 아기를 낳은 장희 공주는 아들 이름을 ‘고아’라고 지은 뒤 집안 주치의 정영에게 맡긴 뒤 자살한다. ‘마지막 조씨 집안의 후손’을 찾아 죽이려는 도안고로부터 고아를 살리고 조씨 집안과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 정영은 자신의 아들을 대신 고아로 위장해 죽게 한 뒤 고아를 아들로 삼는다. 이후 정영은 안전을 위해 도안고의 밑으로 들어가고 고아는 원수인 도안고의 양아들이 된다. 운명의 장난 같은 삶 속에서 고아는 마지막에 자신에게 얽힌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갈등한다.

각색과 연출은 중국 문화부 대상 등 중국 예술계의 각종 상을 휩쓸며 주목받는 젊은 여성 연출가 톈친신(38)이 맡아 정태화 이기봉 서이숙 등 극단 미추의 중견 배우들과 함께 공동작업으로 무대에 올린다.

이번 연극의 특징은 한 역할을 동시에 여러 배우가 나누어 맡아 저마다 인간의 내면과 외면, 과거와 현재, 현실과 상상 등 한 인물의 다양한 면면을 분화시켜 표현한다는 점. 가령 주인공 고아의 경우 ‘집안을 몰살한 도안고를 멋있다고 여겨온 강렬한 성격의 고아1’과 ‘아이같이 유약한 성품으로 도안고를 무서워하는 고아2’가 각각 등장하는 식이다.

9월 3∼14일. 화∼금 7시 반, 토 3시 7시반, 일 3시. 9월 2일 7시 반, 프리뷰 공연(전석 1만5000원)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02-747-5161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