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석의 도시와 건축]오모테산도 힐스와 쌈지길

  • 입력 2006년 6월 1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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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街路)를 구현하며 새로운 장소성을 제시하는 건축, 역사를 구현하며 도시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축을 가진 두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 힐스와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쌈지길이 그곳이다. 이 두 곳은 역사의 연장선에서 도시의 맥락을 이어가는 건축의 특징을 갖고 있어, 도심 재개발의 대안으로 손꼽힐 만하다.

오모테산도 힐스가 들어서기 전에는 간토(關東)대지진 때 재난을 겪은 이재민에게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1927년 세운 ‘도준카이(同潤會) 아오야마 아파트’가 있었다. 아오야마 아파트는 위의 주거 공간과 저층부에 들어선 부티크 뮤지엄 액세서리가게 디자인회사로 지역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었다. 아오야마 거리는 서울의 청담동 같은 명품 거리의 성격을 띠고 있었으며 아오야마 아파트는 도시 현대화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가 재건축할 상황을 맞이해 대규모 재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이 프로젝트는 롯폰기 힐스를 시행한 모리빌딩에서 운영 주체를 맡고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를 맡았다.

2000여 평의 대지에 오모테산도 길을 따라 길게 뻗은 이 건물은 지상 6층으로 그리 높지 않은 건축 입면 모양을 띠고 있다. 이는 기존 아파트 높이를 고려하고 인근 가로의 맥락을 잇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지하 6층의 공간은 지상에서 부족한 상업 공간을 연장하기 위한 것이다. 지하 3층부터 지상 6층까지 중앙을 비워두고, 나선형의 램프로 건물을 감싼 것은 이 공간의 키워드다.

입점 숍들은 기존 아오야마 아파트처럼 패션 문화 예술 관련 가게들이어서 역시 역사적 맥락을 잇고 있다. 기존 주거 시설을 최상층에 배치해 주상복합 형태를 띰으로써 아오야마 아파트의 자취를 남기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동의 쌈지길은 패션회사 쌈지의 문화 중심 기업 철학과 인사동의 특성을 간직한 길이 만나 탄생했다. 건축가 최문규 씨와 미국 건축가 가브리엘 크로이즈가 공동 설계한 이 곳은 인사동 전통이 스며 있는 길의 의미를 연장시킨 재개발 건축이다.

쌈지길은 전통과 인사동의 맥락이 반영돼 있다. 재개발로 인해 철거될 위기에 처한 기존 가게들을 복합문화공간인 쌈지길에 입점시킴으로써 거리를 더욱 풍요롭게 했다. 연면적 1300여 평에 지상 4층 높이의 쌈지길에는 전통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문화 운동이 일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는 전통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공간인 것이다.

쌈지길과 오모테산도 힐스의 같고 다른 점을 살펴보자.

쌈지길은 골목길의 의미를 연장시킨 건축으로 새 공간을 만들었다. 오모테산도 힐스는 내부 통로와 지하로의 확장으로 새 공간을 창조했다. 오모테산도 힐스는 아파트가 상가 위로 펼쳐진 도심형 저층 주상복합 형태를 띠지만 쌈지길은 인사동 골목길의 연장에 있는 문화복합시설이다. 오모테산도 힐스는 판매 중심의 상업시설인 데 비해 쌈지길은 복합문화시설이다.

이런 점에서 두 건축에서는 문화와 도시에 대한 애정을 가진 마인드를 엿볼 수 있다. 하나 덧붙이고 싶은 점은 쌈지길은 옛 선인들의 생활 지혜가 담긴 마당이라는 공간을 중앙에 펼쳐 역동적인 활동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오모테산도 힐스의 중앙 개방 공간보다 낫다는 점이다.

양진석 건축가·Y GROUP 대표 ygroupy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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