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이판묵]해저탐사 첨병 ‘무인잠수정 해미래’

  • 입력 2006년 5월 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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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6000m급 해양과학 탐사용 심해무인잠수정 ‘해미래’가 진수되었다. 미국 일본 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서·남해 탐사를 위해서는 3000m급으로 충분하지만 우리나라가 광구권을 갖고 있는 태평양 해역이 수심 5000m가 넘어 고성능 잠수정을 개발하게 됐다. 6000m급 무인잠수정은 전 세계 해양의 98%를 조사할 수 있다.

물속에서는 수심이 10m 깊어지면 압력이 1기압씩 증가한다. 수심 6000m의 심해에서는 600기압으로 cm²당 600kg, 손톱 위에 소형 승용차를 올려놓은 압력이다. 당연히 생명체가 살기 힘들다. 여기다 심해에는 열수(熱水)분출구가 해저 화산대를 따라 산재하고 여기서 솟아나는 용출수는 섭씨 350도에 이를 만큼 뜨겁다.

그런데 이 주변에 새우, 게, 조개류와 함께 관벌레가 대단위 군락을 이루며 산다. 이런 온도와 압력에서 어떻게 생존이 가능할까? 이것이 해양생물학자들의 관심사다. 또 관벌레에는 열수분출구에서 나오는 황화물을 화학적으로 분해하여 영양분을 공급하는 박테리아가 공생한다. 광합성이 아닌 화학합성으로 에너지를 얻는 박테리아의 발견은 생명 기원에 관한 비밀의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자들은 이 박테리아를 연구해 신물질 개발과 의학, 생화학, 생명공학에 활용하려 하고 있다.

심해는 또 엄청난 자원의 보고로 인류가 직면한 에너지 부족과 지구과학의 많은 문제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저지각 구조 연구, 해저 지하자원 탐사, 해저지각 이동량을 계측하여 지진 발생을 예측하는 것에도 무인잠수정이 이용된다. 해저 지하자원은 수상에서 원격으로 탐사할 수 있지만 정밀한 측정을 위해서는 로봇팔을 갖춘 무인잠수정이 필요하다.

심해무인잠수정은 해저에 침몰한 선박의 발굴에도 활용된다. 영화로도 잘 알려진 비운의 타이타닉호가 대서양 3810m 해저에 침몰한 후 73년이 지난 1985년에 다시 세상에 알려진 것은 해양탐사 기술과 잠수정 기술이 발전하였기에 가능했다.

심해는 압력이 높을 뿐 아니라 빛과 전파가 통과하기 쉽지 않아 육상에서 통용되는 기술이 직접 적용될 수 없으며 매우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한다. 특히 심해 탐사에서는 정확한 위치 파악과 제어가 쉽지 않다. 이번에 진수된 해미래는 USBL이라는 초음파 위치추적 장치와 관성 속도센서를 융합하여 6000m 깊이에서 5m 오차범위로 위치를 추적한다. 여섯 개의 프로펠러를 이용하여 수중에서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 시속 2.8km. 두 개의 로봇팔과 8개의 비디오카메라, 디지털 스틸 카메라가 설치된다. 해미래는 해양과학 조사를 위한 각종 센서를 갖추고 있으며, 장애물 감지를 위한 전방감시 초음파 센서와 해저지형 판독을 위한 정밀 탐지초음파가 장착된다. 중량 3660kg에 길이 3.3m, 높이 2.2m.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해양연구원과 잠수정 제작을 맡은 대양전기는 2001년부터 120억 원을 투입해 설계와 다중 선체 운동 제어, 위치추적, 수중통신, 운용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앞으로 해미래를 이용함으로써 정밀 지형지도 작성, 지질 분석, 망간단괴를 비롯한 심해자원 탐사, 해저화산대 주변에 분포하는 열수광상(마그마로부터 방출된 열수가 지하 틈을 따라 상승해 그중에 함유된 광물이 침전하여 생긴 광상)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질 것이다. 석유자원의 고갈에 따른 인류의 차세대 대체연료로 부각되는 해저 메탄 수소화합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미래는 메탄 수소화합물 탐사에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판묵 해양연구원 탐사장비연구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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